들어가면서 1. 대승이란? "대승"은 순전히 한문을 쓰는 사람들의 용어라서 지금 한글 시대에서는 무슨 말인지 낯설기 때문에 지금은 "큰 수레"라는 말로 표현해야 한다. 따라서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은 "큰 수레에 관한 믿음(信)을 일으키는(起) 논서"이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 도대체 무엇을 가리켜 큰 수레라고 했으며, . 왜 큰 수레라고 했을까? 한마디로 말해서 큰 수레는 바로 우리 중생의 "마음", 즉 중생심을 가리킨다. 겉으로는 비록 생사와 번뇌에 물든 중생심이지만 그 본성은 정말로 위대하므로 크다(大)고 했고 그 큰 능력을 수레(승乘)에 비유한 것이다. 그래서 중생심을 "큰 수레(mahayana)"라고 한 것이요 중국에 전해질 때 한문으로 표현하다 보니 "대승"이라 한 것이다. ------------------------------------------------------------------------------- 2. 중생심이란? 대승기신론에 따르면 중생들 마음(衆生心)의 본성 자체는 청정하다. 그래서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또한 그 진실한 본성을 일심(一心)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청정한 마음 상태에서 무명의 영향을 받아 미망에 빠져 버리면 마음에 온갖 것이 생겼다 사라졌다(생멸)를 반복한다. 이것이 중생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러한 중생들이라도 마음이 간직한 위대한(대) 성품을 믿고 그 마음이 간직하고 있는 힘을 타고(승) 정진하면 자성청정심을 가리고 있는 무명이 걷혀지면서 마음의 참된(진) 본성이 그대로(여) 드러난다. 그 성품을 한자로 표현한 것이 "진여"(眞如)"요 이것을 인격화한 것이 법신(法身)이며, 그 경지에 오른 상태를 여래, 부처라고 부르며 자유자재하는 지혜 광명의 세계라고 칭송한다. 이처럼 중생심인 일심에는 심진여와 심생멸의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이것이 서로 떨어지지 않게 뒤섞여 있지만 깨달은(부처) 상태가 되면 중생을 구제하는 위대한 활동을 전개한다. ------------------------------------------------------------------------------- 3. 대승불교의 통론 대승불교의 중요한 핵심은 공(空), 진여(眞如), 유식(唯識), 유심(唯心)이다. 또한 대승불교의 중요한 실천 방편으로는 육바라밀(六波羅密), 지관(止觀)이며, 아미타불(阿彌陀佛) 신앙도 여기 포함된다. 대승기신론은 이런 것을 총망라하고 있으며 이것을 여래장(如來藏) 입장에서 체계화시키는 가운데 불교에서 다루는 생명 문제를 통합하여 정리하고 있다. 그래서 대승불교의 통론(通論) 성격을 띠고 있다. 그리고 독특한 전개방법을 채택하여 중생심을 일심(一心), 이문(二門), 삼대(三大)로 설명하고 수행방법으로 사신(四信), 오행(五行)을 내세우고 있다. 일심(一心)은 중생심, 인간의 마음을 가리키고, 이문(二門)은 그 일심(一心)을 두 측면으로 나누었다. . 진여(眞如) ; 불생불멸하는 본성적인 참된 성품 . 생멸(生滅) ; 현실적으로 생멸 변화하는 성품. 근본은 여래장(如來藏). 삼대(三大)는 인간의 마음에 체, 상, 용의 세 가지 위대함(大)이 있다면서 이를 체대(體大), 상대(相大), 용대(用大)라 했다. . 체대 ; 진여의 성품 자체의 위대함 . 상대 ; 진여가 지닌 무량한 공덕 . 용대 ; 그 무량한 공덕이 중생 구제 활동을 하는 작용 사신(四信)은 자신에게 진여의 성품이 있음을 믿고 불, 법, 승을 믿고 본받는 것을 말한다. 오행(五行)은 보살 수행의 6바라밀을 초보용으로 개량한 것인데 선정과 지혜를 지관(止觀)으로 통합하여 전체를 5가지로 재정리 하고 있다. ------------------------------------------------------------------------------- 4. 논을 지은 목적과 특징 대승기신론은 논을 지은 목적 8가지를 나열하고 있다. ① 기본적으로 고통을 없애고 즐거움(究竟樂)을 얻게 한다. ② 불교의 근본 내용을 올바로 이해시킨다. ③ 선한 사람에게는 마음이 위대함을 더욱더 확신시켜 준다. ④ 선한 마음이 미약한 사람에게는 신심을 키워 준다. ⑤ 악한 업장을 가진 사람에게는 장애 소멸 방편을 알려준다. ⑥ 근기가 높은 사람에게는 지관(止觀) 수행법을 일러 준다. ⑦ 일반인에게는 극락 왕생을 위한 염불 방편을 일러준다. ⑧ 수행하는 이익을 밝혀서 수행을 권유한다. 하여튼 모든 중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간단한 문장으로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다. 즉 자력으로 경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그렇다고 장황한 주석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 간단하고 짧은 문장으로 많은 뜻을 담으려 했다는 것이다. 즉 잡다하게 많이 보고 들어서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을 위해 간략하게 전체적인 틀을 제시한 것이다. 그 결과 워낙 글이 간단하고 축약되어 있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보자에게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정작 이 논서는 간결하건만 이를 해설하는 주석서는 참으로 장황하다. 원효의 주석 역시 마찬가지이며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책들도 원효의 주석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도대체 수행 자체에 도움되는 내용은 별로 없다. 딱한 노릇이다. ------------------------------------------------------------------------------- 5. 대승기신론의 저자 대승기신론은 마명보살(馬鳴菩薩)이 저술했다고 하는데 현재 한역(漢譯)만이 실존하고 있으며, 산스크리트 원전(原典)이나 티벳트 역(譯)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인도 불교에서 이 기신론을 인용하고 있는 논서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마명(馬鳴) 대사(大師)라 불리는 사람은 인도의 고승 아슈바고샤(Asvaghoa)인데 그는 석가모니 사후 600년쯤의 사람으로서 쿠샨 왕조 제3대 카니시카제(帝) 시대에 활동했다 하니, 즉 서기 100-160년경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는 초기 대승불교 학자인데 정작 대승기신론에 나오는 여러 이론들은 아슈바고샤(마명) 시대보다 훨씬 후대의 내용들이다. 따라서 이런 저런 이유로 봐서 대승기신론은 아슈바고샤의 작품이 아니라 누군가 여러 논서를 종합해서 저술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화엄경, 법화경, 반야경, 금강경....등을 보더라도 그 경전들은 석가모니 설법이 아닌데도, 대승 경전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서 모조리 석가모니 부처님의 설법인 것처럼 되어 있다. 이처럼 대승의 서적들은 허풍이 많다. 하여튼 이 논서의 한역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① 양(梁)나라의 진체(眞諦) (499-569)가 태청(太淸) 4년(550)에 번역한 것, (구역) ② (唐)나라의 실차난타(實叉難陀)가 측천무후(則天武后) 시대인 695-700년 사이에 번역한 경전속에 이 대승기신론이 포함되어 있다. (신역 新譯) 현재 널리 이용되고 있는 것은 진체(眞諦)의 번역본이다. ------------------------------------------------------------------------------- 6. 대승기신론의 주석서 기신론의 주석서는 매우 많으나 다음의 세 종류가 예로부터 중요시되고 있다고 한다. ① [대승기신론의소(大乘起信論義疏)] 두권(二卷) : 정영사 사문 혜원(淨影寺 沙門 慧遠)(523-592) 저술 혜원(慧遠)은 지론종(地論宗) 사람으로서 저작이 많으며, 대승의장(大乘義章)이 그 주저(主著)로서, 그 속에도 「기신론」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 ② [대승기신론소(疏)] 두권 : 신라해동 사문 원효(新羅海東 沙門 元曉)(617-686) 저술 원효(元曉)는 신라 시대 사람으로서 화엄종(華嚴宗)사람으로 분류되고 있다. 원효에는 이외에도 별기(別記) 두권이 있다. ③ [대승기신론 의기(義記)] 세권(三卷): 법장(法藏) (643-712) 저술 법장(法藏)은 화엄종의 삼조(三祖)로서 화엄종 교리의 확립자이며 또한「별기」두 권이 있다. 원효는 법장의 선배로서 법장의 의기(義記)에는 원효의 소(疏)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원효의 저술을 참조하여 의기를 저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7. 대승기신론에 포함된 유식론 대승기신론은 유식론의 바탕 위에서 모든 체계를 세우고 있다. 따라서 유식론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으면 대승기신론을 아무리 읽어봤자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다. 게다가 대승기신론에 주석을 단 원효 역시 중국에 번역된 유식론의 용어 흐름을 간과하여 의식, 말나식, 아리야식에 관해 엉뚱한 해설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원효의 해석에 매달리는 현대의 해설서도 엉터리다. 불교 방송에서 1년 6개월이나 특강한 지운 스님, 그는 대승기신론을 17년간 강의했다면서도 원효의 해설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원효의 해설에 오류가 있다고 제기한 사람이 있는데 그가 바로 강남대학교에서 강의하던 전종식 씨이다. 그러나 그 역시 유식론의 용어 변천사를 몰라서 전혀 말도 안되는 엉뚱한 견해를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다. 대승기신론은 기존의 복잡한 유식론을 간략한 구조로 설명하고 있는데도 원효, 현대의 해설가들은 자신들의 선입견에 빠져서 지엽적인 용어에 매달려 전체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부록"편에 유식론을 별도로 정리해 두었으니, 유식론을 모르는 사람은 일단 그것부터 읽는 것이 좋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런 잡스런 것들은 현대의 우리에게 거의 도움이 안된다. 과학과 의학 연구에서 밝혀진 것만 참고해도 말나식, 아뢰야식 등의 케케묵은 용어에서 벗어날 수 있다. ------------------------------------------------------------------------------- 8. 대승기신론에 수록된 내용들 하여튼 대승기신론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 귀의(歸依)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에 귀의하며 이 논을 저술하는 목적을 간략히 담고 있다. - 5개 부분 저자는 총 5개 부분으로 나누어 제목을 붙였다. . 인연분(因緣分) ; 이 논서를 저술한 이유 설명 . 입의분(立義分) ; 기본 이론을 간략하게 선언.(1심, 2문, 3대) . 해석분(解釋分) ; 상세한 해설. 대승기신론의 3/4 차지. . 수행신심분(修行信心分); 발심 수행 실천 요령 . 권수이익분(勸修利益分) ; 수행의 이익을 설명하며 수행 권고. - 입의분(立義分)과 해석분(解釋分) 「대승기신(大乘起信)」가운데 「대승(大乘)」부분인데 해석분은 또 다시 세 부분으로 되어있다. . 현시정의(顯示正義) ; 바른 뜻을 나타낸다 . 대치사집(對治邪執) ; 삿된 견해를 바로 잡는다 . 분별발취도상(分別發趣道相) ; 발심하여 나아가는 모습 이 가운데 현시정의(顯示正義)가 핵심이며 분량도 가장 많다. 여기에서 심진여문과 심생멸문을 설명하며 그 중 대부분이 심생멸문 설명 부분인데 이 설명 과정에서 온갖 용어가 난무한다. 대치사집(對治邪執)에서는 아견(我見)에 따르는 그릇된 견해를 바로 잡는다. . 인아견(人我見)의 범부가 범하는 그릇된 견해 (5가지) . 법아견(法我見)의 2승(二乘)이 범하는 그릇된 견해(1가지) 분별발취도상(分別發趣道相)은 발심(發心)하고 수행하여 나아가는 부분에 대한 설명으로서 여기에는 세 단계 발심을 밝히고 있다. . 신성취발심(信成就發心) . 해행발심(解行發心) . 증발심(證發心) - 수행신심분(修行信心分) 「대승기신(大乘起信)」가운데 「기신(起信)」부분이다. 신심의 중요 요소는 4가지가 있다면서 기존의 불(佛)·법(法)·승(僧) 3보에 진여(眞如)를 추가했다. 그리고 수행에는 다섯문(五門)이 있다면서 6바라밀을 정리해서 제시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관(止觀) 명상법이다. 그리고 그 명상 수행 때 일어나는 마구니 장애도 다루고 있고, 근기가 약한 사람을 위한 염불왕생(念佛往生)도 다루고 있다. - 권수이익분(勸修利益分) 대승(大乘)과 기신(起信)의 결론 부분인데 바른 믿음(正信)을 권유하고, 비방을 경계시키며, 수학(修學)을 부지런히 하여, 부처(佛)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에 이르는 이익이 있다면서 쉼없이 정진하라고 권유한다. - 시작과 끝내는 게송 기신론을 시작하기 전에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게송이 있고 끝부분에는 이 논의 저술 공덕을 중생에게 회향하는 게송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