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 제5번의 주제를 잠시 삽입했다] 지금 들으신 음악은 베토벤의 5번 교향곡 운명의 1악장입니다. 베토벤 자신이 이 작품의 모티브에 관해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 라고 얘기했다고 하죠. 단 4개의 음표로 이루어진 이 운명의 모티브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많은 분들이 이 운명의 모티브로 베토벤을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또한 베토벤은 그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청력 상실의 고통을 이겨낸 인간승리의 위대한 작곡가로 기억됩니다. 음악학자들은 베토벤 만큼 작품 속에 자기 자신을 그대로 드러냈던 작곡가도 없다고 얘기합니다. 그렇다면 베토벤의 작품을 듣는다는 것은 베토벤 자신에 대한 그의 열렬한 고백을 듣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
눈은 마음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베토벤의 전기를 쓴 작가 로멘 롤랑은 베토벤의 눈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그 눈은 때로는 우울한 빛을 띠고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에 월광이라는 제목을 붙여준 시인 레시타프는 1825년 [55세] 베토벤의 인상에 대해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베토벤의 따뜻한 눈과 그 눈이 나타내는 깊은 슬픔에 그만 울음이 터질 것 같아 애를 먹었다."라구요. 그렇지만 베토벤은 처음부터 이렇게 눈 속에 슬픔을 담고 있던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그의 친구였던 베겔로에 따르면 "베토벤은 귀에 이상이 생기기 전까지는 매우 활기에 차 있었으며 생동하는 세계 속에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베토벤은 모든 것에 흥미를 느꼈고 대화와 독서, 화려한 사교 모임을 즐겼으며 여행을 자주 다녔다고 하죠. 또 베겔레는 "베토벤은 항상 연애 상태에 있었는데 미남들조차 따라 오기 힘들 정도로 많은 여성들과 연애를 했다"고 전합니다. 베토벤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누구보다도 뜨거운 사랑의 감정을 품고 있었던 작곡가였다. |
[베토벤 로망스 2번 연주를 삽입했다] 지금 들으신 음악은 그런 사랑의 느낌이 전해지는 로망스 2번 F장조였습니다.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서랍 속에서 불멸의 연인에게 보내려고 봉인해 놓았던 편지가 발견되었습니다. "잠자리에서도 내 생각은 그대, 내 불멸의 연인에게로 달려갑니다. 운명이 우리를 불쌍히 여기길 바라며 한 순간 기쁨에 들뜨고, 또 한 순간 비탄에 잠깁니다. 나는 결심했소. 그대 팔에 날아가 안길 때까지 그대 곁을 내 집이라 생각할 수 있을 때까지 그대 품에 안겨 내 영혼을 정령의 세계로 떠나 보낼 수 있을 때까지 그 날이 아무리 멀다 해도 방황을 멈추지 않겠소." 열정을 간직한 작곡가였던 베토벤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편지였습니다. 하지만 그 불멸의 여인이 누구인지 베토벤과 사랑을 나눴던 여러 여인 가운데 한 명이겠지만 정확히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베토벤이었지만 작곡가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청각 장애를 겪게 되면서 괴팍하고 어두운 성격으로 변해갔던 것이지요. |
고전주의 시대에 태어나 낭만주의 시대로의 문을 열었던 작곡가, 루드비히 판 베토벤. 그는 독일의 본에서 1770년 12월 17일에 세례를 받은 기록으로 봐서 그 하루 이틀 전쯤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베토벤 역시 음악가 집안 출신으로 할아버지는 베이스 가수로 일하다 교회 악장이 되었고 아버지 요한 역시 궁정 가수로 활동하며 음악 교사로도 일을 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궁정 요리사의 딸이었죠. 당시는 신동 모차르트가 온 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베토벤의 아버지는 아들을 모차르트와 같은 음악 신동으로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베토벤은 엄격한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너덧 살 때부터 하루에 몇 시간씩 때로는 밤새도록 피아노 연습을 해야 했습니다. 아버지가 어린 베토벤에게 가혹하게 대했다는 사실이 훗날 그의 전기 작가들에 의해 다소 부풀려져서 그려지기도 했지만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원망 속에서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며 성장했던 베토벤의 어린 시절은 결코 행복했던 것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이렇게 맹렬하게 피아노 연습을 한 결과 베토벤은 8살 때이던 1778년 쾰른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섰고 10살 무렵이 되었을 때 성당 학교를 그만두고 궁정 음악가가 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베토벤은 아버지의 곁을 떠나 여러 선생님에게서 음악 수업을 받게 되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사람은 크리스티안 고틀로프 네페였습니다. 네페는 베토벤에게 작곡법과 통주저음 반주법을 가르쳤는데 베토벤의 한 편지에서는 네페 선생님에게 받은 은혜에 대해 감사하는 표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베토벤은 12살 경에 이미 네페 선생님이 자리를 비울 때면 궁정의 오르간 연주를 맡을 정도로 음악적으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베토벤은 이 즈음부터 드레슬러의 행진곡을 주제로 한 변주곡을 쓰는 등 작곡을 시작했고 네페는 1783년 작곡가 클라모가 발간하는 음악잡지에서 제자인 베토벤이 지금처럼 꾸준히 발전한다면 제2의 모차르트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습니다. |
10대 초반의 베토벤이 차츰 그 음악적 재능을 드러낼 즈음 베토벤의 아버지는 점점 술에 빠져들어 가족들을 제대로 부양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집안을 돌보는 건 어머니와 베토벤의 일이 됐죠. 그런 가운데 베토벤은 본 선제후의 절친한 친구였던 페르디난트 발트슈타인 백작을 알게 되어서 그의 후원을 받아 빈을 여행할 수 있는 행운을 얻습니다. 이 때 베토벤은 모차르트를 만나게 되지만 당시 모차르트는 몸도 많이 쇠약해 있었고 돈죠바니를 쓰는 데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에 베토벤은 그에게서 어떤 가르침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빈에서 지내던 베토벤에게 어머니의 병이 악화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본으로 급이 돌아온 베토벤은 어머니의 임종을 지켰습니다. 이미 아버지는 알콜 중독자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제 두 동생을 부양하는 건 온전히 베토벤의 몫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베토벤은 본의 궁정교회와 극장 오케스트라에 일자리를 얻어 비올라와 오르간, 챔발로를 연주했고 피아노 독주자로서도 명성을 얻게 됩니다. |
본에서 베토벤은 어느 정도 음악가로 자리를 잡았지만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음악가가 예술가로서가 아닌 궁정의 하인과 같이 취급받아야 하는 본의 생활에 염증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죠. 결국 발트슈타인 백작의 주선으로 공부를 더하기 위해 1792년 빈으로 떠났습니다. 발트슈타인 백작은 이 때 베토벤과의 고별 기념 노트에 이렇게 써 넣었습니다. "당신은 오랫동안 좌절되었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빈으로 간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위대한 작곡가 모차르트는 죽었고 아마도 모차르트의 수호신은 이 천재의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하고 있을 겁니다. 당신은 하이든에게서 위대한 모차르트의 영혼을 이어받아야 합니다." |
1792년 베토벤은 하이든의 제자가 된다는 기쁨을 안고 빈으로 떠났습니다. 그는 그 이듬해까지 하이든에게 공부했지만 여기에 크게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빈 음악계의 대부같은 존재였던 하이든이 후학을 양성하는 데는 생각만큼 열정을 쏟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베토벤은 하이든이 사교계의 모임에 너무 열성적인 나머지 진도조차 제대로 나갈 수 없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고 하는데 하이든과 베토벤 사이에 대해서는 하이든이 베토벤의 재능을 시기하고 질투했다는 얘기도 전해집니다. 하이든은 베토벤의 재능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베토벤의 작품번호 1번인 3곡의 피아노 3중주곡에 대해 충고하면서 3번 C단조만은 출판하지 말 것을 권유했다고 합니다. 베토벤은 이 충고에 몹시 당황했죠. 왜냐하면 그는 세 곡 가운데 3번을 가장 훌륭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습니다. 오해였는지 아니였는지 아무튼 베토벤은 이것이 자신에 대한 하이든의 질투 때문이며 따라서 하이든이 자신[베토벤]의 행복을 원치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또 후에 베토벤이 제자인 페르니난트 리스에게 자신은 실제로 하이든에게 별로 배운 것이 없다고 말했다지만 그래도 두 사람은 비교적 좋은 사이로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토벤은 당시 하이든 뿐만 아니라 작곡가 쇵크, 알브레이츠 베르거, 살리에르 등에게서도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
베토벤은 하이든처럼 귀족에게 종속되어 활동하지 않았고 독립적으로 자존심 강한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준 작곡가였습니다. 그의 이런 모습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전해지고 있죠, 베토벤과 친하게 지내던 리히노프스키 공작의 여름 별장에서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낯선 손님들 앞에서 연주를 해달라는 공작의 요청에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된 때문이었는지 베토벤이 몹시 화를 낸 겁니다.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그는 의자를 들고 리히노프스키 공작의 머리를 때릴 듯이 덤벼들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의 저지로 큰 싸움이 일어나지는 않았는데 그 자리에서 베토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작님. 당신의 신분은 당신이 운좋게 출생한 덕분에 얻은 것이지만 나의 신분, 나는 그것을 나 스스로 얻었소. 공작들은 많이 있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요. 그러나 베토벤은 오직 하나 뿐임을 알아 두시오." 이 얘기 속 베토벤의 말처럼 수많은 귀족들의 이름은 잊혀졌지만 하나 뿐인 베토벤의 이름은 지금도 우리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
베토벤이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빈의 청중들 앞에 첫 선을 보인 것은 1795년[25세] 자신이 쓴 피아노 협주곡을 갖고서였습니다. 특히 이날 연주회에서는 베토벤이 연주하게 된 피아노가 반음 내림으로 조율되어 있어서 베토벤은 C장조의 곡을 즉석에서 조성을 바꾸어 연주했는데 청중들은 그의 순간적인 재치와 놀라운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베토벤은 특히 연주회 때 즉흥 연주를 즐겼습니다. 5선지 위에서는 펼쳐 보이지 못했던 대담한 음악의 향연을 즉흥 연주를 통해 보여줬던 건데요, 칼 체르니는 베토벤의 피아노 연주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어떤 모임에서든 그는 청중에게 깊은 감동을 주어 눈물을 글썽이게 했고 심지어는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의 표현에는 무엇인가 경이로운 것이 있었다. 그것은 아름다움이라든가 독창성, 또는 이런 것들을 표현하는 교묘한 솜씨와는 별개의 것이었다." (이렇게 피아노 연주에 뛰어났던 베토벤에게 피아노곡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베토벤은 최만년을 제외하고 작곡 활동을 했던 모든 시기에 걸쳐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해 갔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베토벤은 피아노 앞에서 미래의 자신의 음악을 꿈꾸고 이것을 실현해 나갔던 작곡가였다. 후기로 갈수록 고전적 소나타 양식의 파괴를 시도했고 동시에 자신의 내면 세계와의 투쟁에서 얻은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명상을 투영시켰다.) |
고향 본을 떠나 빈에 정착한 베토벤의 청년기는 처음에는 무척 순탄한 듯 보였습니다. 음악적인 성공도 거두었고 그 시기의 청년들이 다 그렇듯이 연애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1797년[27세] 청각에 이상이 생기면서 그의 삶은 변해가기 시작했죠. 베토벤은 음악가로서의 활동과 사회활동에 지장을 줄까 염려해 이 사실을 숨긴 채 치료방법을 찾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음악가로서 청각을 잃게 된다는 절망감에 빠져 자살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베토벤이 그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쓴 것은 의사의 권유로 이곳에서 요양을 할 때인 1802년[32세] 경이었는데 유서에는 그의 참담한 심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함께 있는 사람은 멀리서 들려오는 플룻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나는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고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는 목동의 노래 소리가 내게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럴 때면 절망에 빠져 죽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오직 예술만이 나를 지탱해 줄 뿐이다. 내 안에 있는 것을 모두 표현해 낼 때 까진 세상을 떠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 비참한, 정말로 비참한 삶을 참아 내고 있다. 내 육체는 아주 사소한 변화에도 나를 최상의 상태에서 최악의 상태로 전락시킬만큼 예민하다. 인내, 그것을 내 지침으로 삼아야 했다. 그렇게 참아왔고, 운명의 여신이 내 생명의 밧줄을 끊을 때까지 저항의지를 간직하길 바라왔다. 하지만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이미 모든 것을 달관한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예술가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의 한 부분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
베토벤은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요양과 은둔의 시간을 보낸 뒤 다행히 생에 대한 의지, 특히 음악을 향한 강한 집념으로 죽음의 유혹을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빈으로 돌아와서 창작활동에 더욱 강한 의욕을 보이며 그의 독창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걸작들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죠. 바이올린 소나타 제9번 크로이처 교향곡 3번 영웅 같은 작품이 바로 그런 작품들입니다. 베토벤의 음악은 그가 청력을 잃어 가면서부터 오히려 한층 더 심오해져 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1808년[38세]은 베토벤의 작품 활동이 왕성했던 해로 베토벤은 자신의 이름을 후세에 각인시켜 준 교향곡 제5번 운명과 교향곡 제6번 전원을 썼습니다. 그런데 그 해 12월 이 두 교향곡과 코럴 판타지의 초연 때는 연습 부족으로 인한 연주자들의 실수 등으로 음악회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아 베토벤은 매우 낙담을 했죠. 그렇지만 작가이자 음악 평론가였고 또 작곡도 했던 에테하 호프만은 1810년, 알게마이네 무지칼리세 자이퉁에 이런 내용을 실었습니다. "베토벤의 음악은 또 다른 세상의 비전을 제시하는 힘을 지니고 있으며 낭만 음악의 본질에 대해 형언할 수 없는 열망과 전조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베토벤의 교향곡은 당시로서는 아주 새로운 개념과 독특한 창의력을 보여주었습니다. |
청각 장애의 고통을 극복하고 뛰어난 작품들을 연이어 발표하게 된 베토벤은 작곡가로서 성공을 거두면서 생활이 안정되고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1809년[39세]에서 1812년[42세] 경까지 귀족 출신의 여성들과 연애를 하면서 결혼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불멸의 연인"에게 편지를 썼던 것도 바로 이 시기였죠, 하지만 베토벤의 사랑은 안타깝게도 결실을 보지 못했습니다. ----------------------------- 1815년[45세]까지는 대체로 어렵지 않게 지냈지만 이후 베토벤은 다시 고독해진 데다 귓병은 더욱 악화되어 보청기도 쓸모없게 되어서 필담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또 지나칠 정도로 집착했던 조카 칼에 대한 양육권을 둘러싼 법정 투쟁 등으로 심신이 지쳐갔습니다. --------------------------- 만년에 완전히 귀가 들리지 않게 되자 베토벤은 점점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위로를 찾으면서 후기 걸작들을 탄생시켜 나갔습니다. - 후기 피아노 소나타들로 일컬어지는 작품 101 이후의 5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비롯해, [1816~1822년, 46~52세] - 올미츠의 대주교가 된 루돌프 대공을 위한 장엄미사, [1823년 완성, 53세] - 그리고 쉴러의 환희의 송가에 곡을 붙인 성악이 들어간 교향곡 제9번을 썼고 [1824년 완성, 54세] - 또 그의 내면의 외침을 담은 후기 4중주 곡들도 작곡했습니다. [1822~1826년, 52~56세] 그 가운데서 특히 베토벤의 후기 현악4중주곡은 당대 청중들에게 이해받지 못했습니다. 지루하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청중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미치광이의 작품이라고 떠들어대기도 했습니다. |
베토벤은 1826년[56세] 가을부터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습니다. 간 질환까지 악화되어 간경변으로 복수가 차 올랐고 이로 인해 4차례나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렇게 병마와 싸우던 베토벤은 다음해인 1827년[57세] 3월 26일 오후 5시경 끝내 일어서지 못한 채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57세] 베토벤의 장례식은 성슈테판 성당에서 거행되었고 2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베토벤의 관을 따르는 행렬에는 슈베르트, 훔멜, 체르니도 끼어 있었습니다. 의식을 잃기 전 베토벤은 쉰들러와 브로잉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열렬한 박수를 보내 주시오. 무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베토벤의 말처럼 죽음으로 그의 무대는 막을 내렸지만 베토벤의 음악과 정신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우리 곁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었습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의 4악장에서 발췌한 부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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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성인이라 추앙받고 있는 베토벤. 그는 1770년 독일 본(Bonn)에서 태어났다. (베토벤의 부모는 일곱 아이를 낳았으나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남은 아이는 베토벤, 남동생 둘 등 3명 뿐이다) 베토벤의 아버지(1740-1792)는 본의 궁정악단에서 테너가수로 일했는데 베토벤이 태어난 1770년 당시에는 이미 신동 모차르트의 명성이 전 유럽에서 널리 퍼져 있을 때였다. (1770년 = 하이든 38세, 모차르트 14세) 그래서 아들이 일찍부터 음악성을 보이자 모차르트와 같은 신동으로 만들고 싶어서 여러가지 음악 교육을 시키며 노력했으나 그런 방식의 "신동 프로젝트"는 성공하지 못했다. (베토벤은 서서히 음악실력을 쌓아가며 청년기 이후에 그의 진가를 발휘한다.) 아들이 신동이 아니라서 그랬을까? 아버지는 알콜 중독자가 되었고 게다가 베토벤 17세 때 어머니마저 돌아가셔서 베토벤이 집안을 책임져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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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20세가 되던 1790년 말, 국제적 인물이던 하이든(당시 58세)이 영국 연주 여행을 가기 위해 본에 들렀고 2년 후 1792년 7월 귀국길에도 본에 들렀다. 그런 기회에 베토벤은 하이든에게 소개되었을 것이고 하이든은 베토벤을 제자로 삼겠다고 약속했던 것 같다. 그래서 베토벤은 주변의 지원을 받아 1792년(22세) 11월에 비엔나로 갔다. (베토벤이 떠난 후 곧 아버지가 사망) 베토벤은 비엔나에서 피아노 명연주자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그는 하이든의 가르침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몰래 다른 스승에게서 배우기도 하고 1794년 하이든이 두 번째로 영국 여행을 떠나자 안심하고 여러 스승을 찾아다니며 배웠다. 그리고 작곡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1795년에는 피아노 협주곡 발표회를 가졌다. 곧 이어 피아노 3중주곡도 발표했다. 비엔나의 여러 귀족들로부터 후원을 얻게 되었고 1796년(26세)에 2회, 1798년(28세)에 1회 등 먼 곳까지 연주 여행도 다녀오는 등 안팎으로 많은 인기와 돈을 얻게 되었다. 그러는 가운데 그의 음악도 성숙해졌으며 1800년[30세]에는 교향곡 제1번과 현악 4중주곡 6곡을 발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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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지위를 굳혀갈 무렵 두 가지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는데 하나는 실연이고, 다른 하나는 청력 상실이다. --------------------------------- 베토벤은 29세 되던 1799년에 어느 백작부인의 딸들에게 한 달 동안 피아노를 가르쳤는데 그러다가 둘째달 조세피네에게 마음이 끌렸다. 그러나 그녀는 집안의 결정에 따라 자기 보다 27살이나 많은 귀족과 정략 결혼하게 된다. * 남편 : 요제프 그라프 폰 다임. (Joseph Graf von Deym) --------------------------------- 그리고 이듬해 30세 되던 1800년에는 줄리에타 귀차르디에게 마음이 끌려 피아노 소나타 제14번(월광)까지 헌정하며 청혼했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신분을 문제삼아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두 사람의 결혼은 무산되고 만다. (베토벤은 평민, 그녀 집안은 귀족) (결국 그녀는 1803년에 귀족 청년과 결혼) --------------------------------- 한편 베토벤은 귀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음을 알게 된다. 물론 26세(1796년) 즈음부터 이상했고 때때로 귀울음이 느껴지는 정도였으나 처음에는 그리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악화되어 1800년 (30세) 무렵부터는 심각할 정도로 귓병이 깊어졌다. --------------------------------- 이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음악가로서의 생명은 끝이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의사를 찾기도 하고 숨어서 치료도 받았으나 별효과가 없었다. 결국 휴식하라는 의사의 권유로 32세이던 1802년 여름에는 (4월~10월) 시골 하이리겐슈타트에 가서 요양했다. 그러나 나아질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 실연 아픔에다 청력 상실까지. 결국 베토벤은 목숨을 끊기로 하고 유서까지 썼다. 이것이 '하이리겐슈타트의 유서'이다. (1802년 10월 10일에 두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부치지 않았고, 베토벤이 죽은 후 발견되었다) --------------------------------- 이 때까지의 작품을 "베토벤 초기 작품"으로 분류하는데 하이든, 모차르트의 전통을 따르면서 균형적인 멜로디의 구성을 추구하고 있다. 교향곡 제1번, 교향곡 제2번 초기 현악 4중주곡 (6개의 작품), 피아노 협주곡 1~3번 비창, 월광 등 20개의 피아노 소나타, .... --------------------------------- 이렇게 유서까지 쓸 정도로 격정에 휘말렸지만 다시 차분히 마음을 다스려 창작에 열중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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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략 결혼했던 조세피네는 1804년에 남편이 사망한다. 그래서 베토벤이 다시 청혼했지만 그녀 역시 신분이 다르다면서 거절했다. 베토벤은 계속 여러 여인들과 사랑을 맺고 싶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거절당한다. --------------------------------- 1811년 (41세)에는 심한 병을 앓게 되어 의사의 권유로 6주 동안 요양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교향곡 제7번을 작곡하던 그 해 겨울, 또 다시 병을 앓게 되면서 이듬해 (1812년, 42세) 여름까지 다시 요양을 다녀왔다. --------------------------------- 그리고 그 해(1812년) 여름에 유명한 연애 편지를 썼다. "불멸(영원한) 연인에게" (실제 보내지는 않았고, 베토벤이 죽은 후 서랍에서 발견) 이처럼 베토벤은 계속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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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가운데서도 꾸준히 작곡하여 발표(공연)했다. 그러나 돈벌이 수단이던 공연 연주는 점점 어려워져서 두 동생과 그 가족까지 돌보던 베토벤으로서는 돈이 거의 다 떨어지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러던 중 1813년 6월에 나폴레옹 군대가 패배했다는 소식을 듣고 영국군의 승리를 다룬 "웰링턴의 승리"는 를 작곡하여 그해 12월에 초연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듬해에도 계속 연주회를 열 정도였다. --------------------------------- 베토벤은 피아노 소리를 조금이라도 감지하기 위하여, 피아노 공명판에 막대기를 대고 입에 물어서, 그 진동을 턱으로 느꼈다. (독일 본의 베토벤하우스 박물관에는 나팔 기구 등 보청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베토벤의 제자 체르니의 회고에 의하면 베토벤이 1812년까지는 그렁저렁 사람의 말이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1814년 베토벤은 거의 귀머거리가 된 것 같다. --------------------------------- 유서 사건 이후 1814년까지, 이 시기 작품의 특징은 영웅적이면서도 고통스러운 면모를 나타내는 대 편성곡들인데 대표적인 것들은 다음과 같다. (중기 작품) . 교향곡 6개 (제3번 ~ 제8번) . 피아노 협주곡 3개 (제3번~제5번) . 3중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 현악4중주곡 5개 (제7번 ~ 제11번) . 피아노 소나타 5개 . 바이올린 소나타 크로이처(Kreutzer), . 오페라 피델리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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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 되던 1815년 이후에는 조카 양육권을 둘러싸고 긴 법정 투쟁에 들어가는데 고집스럽고 괴퍅하게 행동하는 바람에 주변 친구들도 떠나고 외롭게 말년을 보내게 된다. (작품의 내용도 무겁고 어둡다. 이 이후의 작품을 "후기 작품"으로 분류) --------------------------------- 사건의 발단 : 1815년 동생 Carl이 폐결핵으로 죽었는데 9살짜리 아들 Karl(베토벤의 조카)이 있다. 애당초 베토벤은 제수(Karl의 엄마)를 신뢰하지 않았다. - 그녀가 두 아이를 데리고 결혼했고 - 그 전에 절도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 게다가 아이를 돌볼 돈도 거의 없다. 그래서 베토벤은 동생이 죽기 전에 그를 설득해서 자신이 조카 Karl의 유일한 보호자로 지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녀의 항의로 1815년 11월 22일, 법원은 그녀에게도 양육권을 인정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베토벤은 11월 28일에 항소하면서 그녀가 후견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조목조목 주장했다. 그리하여 이듬해(1816년) 1월 19일 베토벤이 정식 후견인이 되었다. (이렇게 해서 조카를 부양하며 교육시키지만 나중에 결과는 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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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해 10월부터 심한 병을 앓기 시작해서 이듬해(47세, 1817년)까지 1년 이상 시달린다. 그래도 휴양지에서 교향곡 제9번을 구상한다. --------------------------------- 한편 청력이 점점 더 떨어져 이제는 더 이상 보청기도 소용없고 1818년(48세) 이후는 모든 대화가 필담으로 이루어졌다. --------------------------------- 49세 되던 1819년에는 조카 Karl이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베토벤의 후견인 자격이 박탈되는데 50세 되던 이듬해(1820년)에 베토벤은 다시 항소하여 후견인 자격을 되찾는다. 그는 조카에 대해 집착증을 보였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 같다. 당연히 주변 사람들도 그를 싫어하고 떠나게 된다. --------------------------------- 게다가 1821년 (51세) 때에는 황달까지 겹쳐 건강도 더욱 악화되었다. 무척 외롭고 힘든 시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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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드디어 54세(1824년)에 교향곡 제9번(합창)을 완성하여 1824년 5월 7일에 초연했다. --------------------------------- 그는 이날 명예 지휘자로 무대에 섰다. 하지만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연주가 끝난 뒤에도 환호와 박수 소리를 듣지 못하였고 모두들 그 모습에 안타까워 할 때 소프라노 가수가 베토벤의 소매를 끌어 환호하는 청중들에게 인사하라고 알렸다. 이처럼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은 전혀 들리지 않는 절대 침묵의 세계에서 만들어졌다. --------------------------------- 이듬해 (1825년, 55세)에는 영국 초청도 받았지만 베토벤의 조건이 까다로워 성사되지 못했다. 또한 병도 깊어져 삶이 얼마남지 않았다. --------------------------------- 하지만 그 이듬해(56세, 1826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현악4중주를 5곡이나 작곡했고 1827년(57세) 3월에 숨을 거두었다. --------------------------------- 베토벤은 작품 창작 때 철저하고 신중한 완벽주의자였다. 그의 유일한 오페라인 피델리오는 그 서곡을 네 번이나 고쳐 쓰는가 하면 오페라의 제목도 처음에는 레오노레 였다. 이러한 철저함 때문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럼에도 여러 장르에 다양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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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휴양지에서 누군가의 소개로 괴테와 베토벤이 만났다. (괴테가 21세 연상, 아버지뻘이다) 괴테 : 1749 ~ 1832 베토벤 : 1770 ~ 1827 --------------------------------- 두 사람은 점심을 같이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괴테가 말했다. "오스트리아 황후는 예술에 대해 훌륭한 이해를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황후를 존경하고 있다" 그러자 베토벤은 격한 어조로 응수했다. "귀족들은 당신이나 나의 예술을 이해 못한다" 그러다가 두 사람은 팔을 끼고 근처를 산책하러 나섰다. --------------------------------- 때마침 자신들의 화제에 올랐던 황후가 신분이 높은 귀족들에 둘러싸여서 그들 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것을 본 베토벤이 말했다. "황후나 그 일행도 우리를 위해 길을 양보할 것이니 피하지 말고 곧장 갑시다." 그러나 괴테는 팔을 빼고 길가로 물러서서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했고 베토벤은 그대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황후와 그 일행은 베토벤을 위해 길을 비켰을 뿐만 아니라 베토벤에게 인사까지 했다. --------------------------------- 그 뒤, 베토벤은 괴테에게 말했다. "어떻습니까, 내가 말한 대로죠? 당신도 이제부터 귀족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말고, 그들이 경의를 표하도록 하십시오." 그 이후로 베토벤은 만나는 사람마다 이 사건을 이야기했는데, 괴테는 이를 몹시 불쾌하게 생각해서 베토벤과의 교제를 끊었다고 한다. 이 정도로 베토벤은 자의식이 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