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시인 고티에는 문학의 유고, 그림의 드라크로와(Delacroix), 음악의 베를리오즈, 이 세 사람을 프랑스 낭만주의의 거장으로 손꼽으면서 낭만주의 예술의 생명의 불꽃이 이들로부터 분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티에의 말처럼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작품에는 꿈, 낭만, 열정, 그리고 격정 같은 낭만 예술의 불꽃이 분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생애 역시 낭만주의자의 삶, 바로 그 자체였습니다. 또한 베를리오즈는 작곡가로서 시대를 한 발 앞서 나간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표제음악이라는 새로운 관현악곡의 유형을 만들어냈죠. 그리고 대담한 화성과 선율, 다이나믹한 음악적 표현을 통해 근대적인 관현악법을 선보였습니다. 아마도 낭만주의 음악의 거장 베를리오즈의 작품이 동시대보다는 20세기에 들어와서야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게 된 것도 바로 한 발 앞서 나간 음악스타일 때문일 것입니다.

베를리오즈는 1803년 12월 11일, 프랑스 남부의 라 코트 상 탕드레 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가 의사인 아주 유복한 집안이었고 6살 때부터 8살 때까지는 교회 부속 신학교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 후에는 아버지가 직접 베를리오즈의 교육을 맡아 문학, 역사, 지리, 음악 등 모든 과목을 가르쳤습니다. 아버지의 서재에는 많은 책들이 구비되어 있어서 베를리오즈는 흥미있는 분야의 책을 찾아 읽으면서 독학을 했다고 합니다. 음악 공부는 처음에는 아버지에게서 기초를 배우다가 선생을 구해 플룻 레슨을 받는 정도였는데 베를리오즈는 플룻 외에 기타도 연주할 수 있었지만 피아노를 배운 적은 없었습니다. 이는 아버지가 아들이 음악가의 길을 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베를리오즈는 18살인 1821년 11월 아버지의 뜻을 따라 의학 공부를 하기 위해 사촌 로베르와 함께 파리로 떠납니다. 하지만 해부학 실습은 끔찍하기만 했고 의학은 더 이상 그의 흥미를 끌 수 없었죠. 베를리오즈의 관심은 온통 음악에 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점점 오페라 극장이나 음악 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글룩의 오페라 '타우리데의 이피게니아'를 보고 나서 베를리오즈는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당시 베를리오즈는 음악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었습니다. 음악의 기초를 배웠다고는 해도 그때까지 바흐나 베토벤의 음악을 들은 적도 없고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에 대해서도 거의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베를리오즈는 이런 음악적 무지에서 탈출하기 위해 파리 음악원의 도서관을 부지런히 다니는 동시에 극장을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마침내 베를리오즈는 파리 음악원의 교수를 소개받아 본격적으로 작곡을 배우게 되었고 파리 음악원에 입학하겠다는 자신의 뜻을 부모님에게 알렸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결정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지만 어머니는 아들이 예술가가 되는 것을 끝가지 반대했고 이후 베를리오즈는 더 이상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 1826년(23세)에 파리 음악원에 입학.

베를리오즈는 파리 음악원에서 공부하는 동안 스승인 르쉬에르 교수의 지도로 1826년 (23세) 처음으로 로마대상에 도전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그는 로마대상에서 여러번 고배를 마시게 되죠. 1827년 (24세) 로마대상의 두번째 실패로 참담한 여름을 보내던 24살의 청년 베를리오즈는 가을로 접어들던 9월 파리의 오데온 연극장에서 세익스피어의 유명한 연극 '햄릿'과 '로미오아 줄리엣'을 관람합니다. 그리고 그는 세익스피어의 문학 세계에 빠져든 동시에 이 연극에 출현한 주연 여배우 헤리엇 스밋슨에게 한눈에 반하고 맙니다. 베를리오즈는 그녀에게 편지를 계속 썼지만 헤리엇 스밋슨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죠. 대신 그렇게 짝사랑으로 끝난 쓰라린 경험은 베를리오즈에게 창작의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3년 뒤인 1830년 (27세) '환상교향곡'이라는 베를리오즈의 대표작이자 음악사의 한 획을 긋는 걸작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해에 베를리오즈는 칸타타 '사르다나팔의 죽음'으로 마침내 로마대상을 수상합니다. 로마대상은 프랑스 학사원에서 개최하는 작곡가의 등용문과 같은 것으로 당시 이 상을 받은 작곡가는 부상으로 이탈리아 유학을 갈 수 있었습니다. 베를리오즈 역시 유학길에 올라 이탈리아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되지만 이탈리아의 음악에는 거의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보내는 동안에 서곡 리어왕 등 몇몇 작품을 쓰기는 하지만 1832년 파리로 다시 돌아온 이후에야 (5월 귀국) 이탈리아적인 소재를 가지고 본격적인 작품을 썼습니다. 파가니니의 의뢰를 받아 작곡한 '이탈리아의 하롤드', 그리고 오페라 '벤네누토 첼리니'가 바로 그런 작품들입니다.

1832년 5월, 로마에서 파리로 돌아온 베를리오즈는 그해 12월 9일 파리음악원 홀에서 귀국 후 첫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여기에는 여배우 헤리엇 스밋슨도 참석했는데 그녀는 그날 프로그램에 적힌 베를리오즈의 글을 통해 그가 자신에게 품어온 사랑을 알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교제를 시작합니다. 이듬해 10월에 (33세) 베를리오즈와 스밋슨은 마침내 결혼을 하고 2년 뒤인 1835년에는 아들 루이를 낳습니다. 하지만 베를리오즈가 그토록 갈망해 온 헤리엇 스밋슨과의 결혼생활은 그리 원만치 못해서 두 사람은 결혼 10년 만에 별거에 이릅니다. 이때 베를리오즈는 이미 성악가 마리 레치오와 사랑에 빠진 상태였습니다. 그 무렵에 만들어진 작품으로는 꿈과 카프리스, 가곡집 여름밤 등이 있는데 이 곡들에는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와 불안한 떨림이 낭만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1840년대에 베를리오즈는 파리에서 깊은 좌절감을 맛보았습니다. 당시 외국에서는 그의 음악적 능력을 알아주었던데 반해 조국인 프랑스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베를리오즈의 마음을 괴롭게 했습니다. 베를리오즈가 외국에서 첫 성공을 거둔 것은 1842년 독일에서였는데 3년 뒤인 1845년 10월부터 그 이듬해 4월까지 그는 빈, 프라하, 부다페스트 등 가는 곳마다 대환영을 받았습니다. 그 때 베를리오즈는 연주여행 중에 짬을 내서 연주회 형식인 오페라인 '파우스트의 영원한 천벌'을 작곡했는데 1846년 12월 파리오페라코믹 극장에서 초연했다가 실패하고 맙니다. 자비로 연주회를 열었던 그는 파산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일어나죠. 그리고 파리를 떠나 (1847년) 러시아 연주여행길에 오릅니다. 그런데 바로 이 러시아에서 베를리오즈는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며 생전 처음 큰 돈을 손에 쥐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지휘자로 활동하던 영국의 런던에선 그의 작품들이 큰 박수갈채를 받았죠.

베를리오즈는 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환대를 받았음에도 파리를 결코 잊지 못했습니다. 1848년의 파리는 2월 혁명의 여파로 불안정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시 파리로 돌아옵니다. 얼마 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별거 중이던 아내 헤리엇 스밋슨은 두 번의 심장 발작을 일으키는 등 베를리오즈의 개인적 상황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다 혁명으로 인해 파리 음악계는 거의 숨을 죽이고 있었기 때문에 음악 활동은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전부터 글 쓰는 데 재능이 있었던 베를리오즈가 회상록을 집필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무렵입니다. ------------------------------- * 1850년(47세)에는 '필하모닉협회'를 결성하여 혁명 후의 파리에서 적극적인 연주활동을 추진하였지만, * 이듬해 1851년(48세)에 좌절되어 다시 국외 연주여행을 떠났다.

185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베를리오즈는 안정된 생활을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1852년, 49의 나이에 그는 오랫동안 원했던 파리 음악원의 도서관장 자리에 앉았고 1854년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던 아내 헤리엇 스밋슨이 세상을 떠나자 마리 레치오와 재혼합니다. 이 시기의 작품이 - 오라토리오 '그리스도의 어린 시절', - 오페라 '트로이 사람들', - '베아트리스와 베네딕트' 등으로 대부분 오페라와 교회음악 같은 규모가 큰 성악 작품이었습니다. --------------------------------- * 3부작 오라토리오 《그리스도의 어린 시절》이 비로소 파리에서 성공을 거두고, * 이듬해 1855년(52세)에는 완성 이후 연주장소를 얻지 못하였던 대작 《테 데움 Te Deum》이 만국박람회 개막을 축하하여 연주되었으며, * 이듬해 1856년(53세)에는 프랑스 아카데미회원으로 선출됨.

하지만 이런 안정된 시기는 생각보다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두번째 부인 마리 레치오가 1862년 세상을 떠나자 베를리오즈는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우울증에 빠지게 되었고 1864년에는 오랫동안 해왔던 평론 활동까지 중단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베를리오즈를 충격과 절망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든 것은 사랑하는 아들 루이의 죽음이었습니다. 이 때가 1867년으로 베를리오즈의 나이 64이었고 몸은 극도로 약해진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친 몸을 일으켜 1868년 상트페트르부르크를 방문해 마지막으로 지휘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 뒤 곧바로 병상에 누운 베를리오즈는 1869년 3월 8일 파리에서 굴곡 많았던 생을 마감했습니다. 66세의 나이였습니다.

음악 분야에서 베를리오즈가 남긴 중요한 업적이라면 명지휘자였을 뿐 아니라 작곡가로서 근대 관현악법을 개척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는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자유롭고 독창적인 음악적 표현 방식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음악을 표현하는 감정을 보다 중요한 위치에 두었고 미묘한 리듬과 색채적인 악기 구성, 대규모 편성 등을 통해 독특한 음악적 효과와 다이내믹한 역동성을 보여 주었습니다. [또 작곡법에서 교과서로 평가받는 책인 근대악기법과 관현악법을 펴내서 훗날 많은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베를리오즈가 태어나고 살던 시대는 이미 고전파 시대를 지나 낭만파 시대였다. 나이로 보자면 그는 슈베르트보다 6살 아래이며 멘델스존, 슈만, 리스트, 쇼팽보다는 6~8살 위다. 그리고 그보다 몇 년 더 아래에 리스트, 바그너, 주페가 있다. --------------------------------- 여기서 다루는 프랑스 작곡가들을 출생순으로 나열해 보면 베를리오즈(1803년)가 가장 먼저이고 생상스(1835년), 비제(1838년), 드뷔시(1862년), 라벨(1875)로 연결된다.

해마다 프랑스 예술원이 회화, 조각, 건축, 판화, 음악(작곡) 분야에서 콩쿠르를 실시하여 1위 입상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대상을 받은 사람에게는 로마 유학을 제공한다. 루이 14세 시절부터 제정한 상으로, 그 당시 로마에 아카데미 드 프랑스(Academie de France)를 설립, 유능한 예술가를 로마로 유학시킨 것이 시초가 되었다. 처음 시작한 1666년에는 왕립 회화·조각 아카데미 출신의 최우수 학생에게 시상했다. 1723년 이후 건축부문도 시상 대상이 되었으며, 프랑스 혁명으로 한동안 중단되었다가 1801년부터 재개되어 음악부문도 추가되었다. 음악부문은 파리 음악원 학생만 콩쿠르에 참가할 수 있는데 작곡부문 주요 수상자로는 베를리오즈 ·구노 ·비제 ·마스네 ·드뷔시.. 등이 있다. <참조 : 네이버 백과사전>

1834년 12월 23일에 교향곡 《이탈리아의 해럴드》를 초연했는데, 이 곡은 이탈리아의 추억을 비올라에 담은 작품으로서 원래 비올라 협주곡으로 만들었다가 교향곡으로 개편한 작품이다. --------------------------------- (명품 비올라를 선물받은 파가니니가 베를리오즈에게 비올라 협주곡을 의뢰했는데 작품을 받아 본 파가니니는 비올라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면서 채택하지 않았다. 그래서 베를리오즈는 교향곡으로 개편하였다. 따라서 비올라 역할이 강하다.) --------------------------------- 4년 후 1838년(35세) 어느 날, 건강이 좋지 않았으면서도 "이탈리아의 해롤드"를 직접 지휘했다. 그 때는 후두암을 앓고 있던 파가니니도 참석하여 매우 감격했다고 하며 파가니니는 가난한 베를리오즈에게 아들을 시켜 2만 프랑의 돈을 보내어 격려했다. 베를리오즈는 돈 걱정 없이 작곡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베를리오즈는 프랑스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인기가 좋았다. 그래서 1842년부터 국외로 나가 연주여행을 하게 되었다. 1842∼1843년에는 독일 각지에서 연주를 하면서, 가는 곳마다 큰 호응을 받았고 서곡 《로마의 사육제》를 작곡했다. 이듬해 1844년(41세)에는 《근대의 악기법과 관현악법》를 출판, 글 쓰는 솜씨도 좋았다. 1845년 10월 ~ 1846년 4월까지 빈, 프라하, 부다페스트 등 가는 곳마다 대환영을 받았다. --------------------------------- 이런 성공에 고무되어 연주회 형식인 오페라 '파우스트의 영원한 천벌'을 써서 1846년 12월에 초연했지만 이번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그 결과 파산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일어났다. 이렇게 매번 고국에서 푸대접을 받았다. --------------------------------- 그래서 이듬해 1847년에 다시 파리를 떠나 러시아 연주 여행에 나섰는데 똑같은 오페라가 대성공을 안겨 주었고 덕분에 생전 처음 큰 돈을 벌었다. 또 영국의 런던에서도 다른 작품들이 큰 호응을 받았다. 그래서 영국에 장기 체류할 예정이었으나 이듬해 1848년 2월에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걱정이 되어 다시 파리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