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스존의 음악이 가진 매력은 슬픔이나 비애감 보다는 밝고 행복한 감정을 전해주는 데 있습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구김살 없이 자라나 평생을 큰 굴곡없이 살았기 때문에 그의 음악에서 어두운 그림자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의 이름 펠릭스 역시 '행복한 사람'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죠. 행복했던 음악가가 전해주는 즐겁고 따뜻한 분위기를 한껏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펠릭스 멘델스존은 19세기에 활약한 작곡가 가운데서도.. 특히 당대에 많은 존경을 받았던 작곡가 였습니다. 그는 당시 작곡가였던 동시에 라이프치히 게반데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던 뛰어난 지휘자로서 지휘봉을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그는 피아노와 오르간 연주자였고, 라이프치히 음악교육원을 설립한 음악 교육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멘델스존은 백년 동안 잠자고 있던 바흐의 마태 수난곡의 악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던 음악가로도 유명하죠. 그가 바흐의 마태 수난곡 악보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열 두 살 때로 스승인 첼터를 통해서였습니다. 어린 멘델스존이 이 작품에 크게 감격하는 모습을 보자 그의 할머니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손자에게 이 악보의 사본을 만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멘델스존의 뒤에는 부유한 집안 배경과 그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준 가족, 훌륭한 선생님들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멘델스존은 자신의 남다른 음악적 재능을 어려움 없이 활짝 꽃피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멘델스존은 1809년 2월 3일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대다수의 음악가들이 가난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던 것과는 달리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유대계 명문가정 출신이었습니다. 부유한 은행가인 그의 아버지는 예술을 사랑했고 할아버지 모제스 멘델스존은 유명한 계몽주의 철학자로 저술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독일의 극작가 레싱의 희곡 '현자 나탄'의 모델이었던 인물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멘델스존의 아버지는 훗날 아들이 음악가로 명성을 얻게 되자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전에는 내가 아버지의 아들로 알려졌었는데 이제는 내 아들의 아버지로 더 이름이 나 있다" 라구요. 멘델스존의 어머니 역시 대단한 자산가의 딸로서 호머의 시를 희랍어 원문으로 읽을 정도의 교양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식들의 첫번째 음악 선생이 되어 줄 정도로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죠. 소년 시절 멘델스존이 살던 베를린의 집에서는 일요일마다 정기적인 음악회가 열렸고 여기에 헤겔, 훔볼트 등 베를린 상류사회의 많은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늘 출입했습니다. 멘델스존은 이런 유명인사들과의 자연스런 접촉을 통해 음악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예술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멘델스존의 형제는 모두 넷이었습니다. 멘델스존은 그 중 둘째였고 그보다 네살 위의 누나 파니는 당시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적극적으로 음악활동을 하지는 못했지만 뛰어난 작곡 실력을 가진 음악가였습니다. 현재에 와서 그녀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을 정도죠.

교양이 풍부했고 지성적이었던 멘델스존의 부모는 자식들의 기초 교육을 직접 맡았습니다. 수학과 프랑스어는 아버지가 독일어와 문학, 미술, 그리고 피아노의 기초는 어머니가 맡아 가르쳤습니다. 멘델스존은 음악 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는데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영국의 경제학자 존 스튜어트 밀과 비교될 만큼 놀라운 천재성을 보여주었다고 합지다. 10살이 될 무렵, 케사르와 오이디우스의 저서를 원어로 읽을 정도였고 유클리드 기하학, 산수, 역사, 지리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의 가정학습 스케쥴은 엄격하고 빡빡했지만 그는 착실히 공부해 나갔습니다. 11살이던 1820년 3월에 쓴 한 편지에는 학업과 관련해 그의 성실한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내 공부 시간은 지금 매우 잘 짜여져 있으며 나는 언제나 아침에 주어진 과제를 늘 저녁까지는 끝냅니다." 일반 과목과 음악 외에도 멘델스존은 승마와 수영에 뛰어났고 무용과 미술에도 재능을 나타냈습니다. 체스의 챔피언이었을 뿐 아니라 당구에도 소질이 있었다고 합니다. 유복한 가정 환경은 다양한 분야에 소질을 보이는 소년 멘델스존을 교양을 두루 갖추는 음악가로 성장하게 해 주었습니다.

멘델스존에게 음악 이론과 작곡을 가르쳤던 스승 첼터는 18세기 베를린 음악계 보수적 성향을 대표하는 인물이었습니다. 멘델스존이 바흐나 헨델 같은 작곡가들이 남긴 과거의 훌륭한 음악들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스승인 첼터 덕분이었습니다. 멘델스존은 첼터에게서 통주저음, 코랄, 대위법, 카논과 푸가 등을 배웠습니다. 1819년부터 1821년 사이 2년 동안 멘델스존의 음악 연습장은 거의 70 여장에 이르는데요 이 시기에 멘델스존은 간단한 피아노 곡과 오르간 곡,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곡, 그리고 합창곡 등을 작곡하기 시작했습니다. 멘델스존이 본격적으로 작곡을 하기 시작한 것은 13살 때였고 이 때 이후로 그는 자신의 저택에서 열리던 일요 음악회에서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연주했습니다.

멘델스존의 음악이 발전하는 데는 1821년, 그의 나이 12살 때 있었던 2가지 사건이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하나는 6월에 있었던 베버의 오페라 '자유의 사수'를 관람한 것이었고 또 하나는 11월에 있었던 바이마르 여행이었습니다. 멘델스존은 낭만파 오페라의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베버의 '자유의 사수'에서 음악적 영향을 많이 받았고, 바이마르에서는 당시 가장 유명했던 대가 훔멜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가 하면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독일의 대문호 쾨테를 만났다는 것입니다. 당시 멘델스존이 괴테를 만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누나 파니는 흥분해서 동생에게 이런 편지를 보낼 정도였습니다. "펠릭스, 괴테 선생님을 만나게 되거든 두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어 둬. 만일 그 분을 만나고 집에 와서 그 분의 입으로부터 나온 말 중에 단 한마디라도 빼놓기만 해 봐. 그러면 더 이상 동생으로 상대하지도 않을 거야." 물론 멘델스존은 누나의 충고대로 괴테의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해 돌아왔을 겁니다. 훗날 그는 피아노 4중주곡 작품번호 3번을 써서 괴테에게 헌정하기도 했고 괴테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현악8중주곡을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멘델스존은 열 여섯 살이던 1825년, 아버지와 함께 파리 여행을 했는데 이곳에서 그는 여러 음악가들을 만나 음악적 경험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로시니, 알레비, 마이어 베르를 만났고, 특히 파리 음악원장이던 헤르비니에게서는 "이 소년은 재능이 많아 훌륭하게 될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해집니다. 그후 멘델스존은 1829년에 영국을 처음 방문하게 되는데 당시에 있었던 유명한 일화는 멘델스존의 천재성을 알려줍니다. 그는 이 방문에서 3년 전에 작곡한 서곡 "한 여름밤의 꿈"을 연주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차에 다른 짐들과 함께 실어두었던 악보를 그만 관리 소홀로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악보가 없어졌는데도 멘델스존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즉시 그 자리에 앉아 서곡 전체를 다시 쓰기 시작합니다. 그가 다시 쓴 악보는 나중에 다시 대조해 보니 원래 것과 완전히 일치했다고 하죠. 멘델스존의 뛰어난 기억력과 재능을 보여주는 일화지만 자신의 작품에 대한 완벽한 파악과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멘델스존은 이 영국 여행에서 작곡가로, 지휘자로, 그리고 직접 피아노 연주까지 해서 독주자로 명성을 얻었는가 하면, 대영 박물관에서 헨델의 자필 악보를 구해 연구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멘델스존은 이어서 스코틀랜드를 방문해 에딘버러의 홀리누트 궁에서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를 구상합니다. 그리고 스코틀랜드 서쪽에 위치한 헤브리스 군도까지 여행했는데 여기서는 유명한 서곡 "핑갈의 동굴"을 스케치하죠. 이렇게 스코틀랜드 여행은 멘델스존의 음악적 영감을 자극해서 여러 곡의 걸작을 탄생시켰습니다.

멘델스존은 1829년, 스무살의 나이에 첫 영국 여행을 마치고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때 그는 베를린 대학의 음악교수직을 제의받았지만 이를 친구에게 양보했고 1830년 6월에 거행될 예정이던 종교걔혁 3백주년 기념행사를 염두에 두고 교향곡을 한 곡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교회 교향곡으로 불렸던 이 곡은 "종교개혁"이라는 제목을 갖게 되었는데 멘델스존 자신이 이 작품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 출판되었습니다. 그 후 홍역에 걸린 멘델스존은 병에서 회복이 되자 또 여행을 떠났습니다. 먼저 1830년[21세] 5월에 바이마르에 도착한 그는 다시 괴테를 만났고 괴테는 그에게 이탈리아 여행을 권했습니다. 멘델스존은 괴테를 만날 때마다 자기 작품은 물론이고 바흐나 베토벤 같은 여러 위대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연주했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 시간씩 그들의 음악 예술에 관해 해설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괴테는 그의 음악 고문이었던 첼터의 영향 때문에 베토벤의 음악을 아주 싫어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멘델스존이 베토벤 작품을 연주하는 것도 싫어했죠. 하지만 멘델스존은 이에 굴하지 않고 베토벤의 작품을 소개해서 나중에는 괴테가 멘델스존 덕분에 베토벤의 작품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모차르트에게 여행이 음악적 성장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처럼 멘델스존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멘델스존의 부유한 환경은 그에게 자주 여행의 기회를 주었죠. 멘델스존은 1830년 [21세] 바이마르에서 괴테를 만난 뒤 뮌헨, 짤스브루흐, 린츠를 거쳐 빈에 도착했고 괴테의 조언을 가슴에 담고 베네치아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는 1780년대 괴테가 경험했던 것처럼 명화들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는가 하면 로마에 도착한 후에는 이탈리아 교회음악과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 거장들의 작품을 연구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 괴테의 작품에 곡을 붙인 합창곡 "발프로기스의 밤"과 교향곡 "이탈리아"의 스케치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멘델스존은 나폴리에 들른 뒤 1831년[22세] 스위스를 거쳐 독일로 돌아왔죠. 또한 그는 이즈음 그를 진정한 낭만주의 작곡가로 규정지어 준 중요한 작품인 "무언가"를 작곡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몇 년 동안 멘델스존은 생애에서 가장 의욕적으로 창작 활동을 펼치며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마도 여행에서 얻은 정신적 풍요로움이 빛나는 영감을 제공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1833년[24세]부터 펠릭스 멘델스존은 지휘자로 더 바쁘게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뒤셀도르프 시의 음악지휘와 교회, 오페라 극장 등지에서 지휘와 음악감독직을 맡게 되면서 그의 창작에 많은 영감을 주었던 여행의 시대는 끝이 났습니다. 뒤셀도르프 시절, 독일 오페라를 작곡하려던 그의 계획은 결실을 거두지 못했지만 그는 이탈리아에서의 연구를 바탕으로 팔레스트리나, 알레그리, 로틴, 페로글레시, 라스스 같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또한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부활시킨 일에 필적할 만한 업적을 쌓기도 했는데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비롯해서 알렉산더의 향연, 솔로몬, 유다스 마카베우스 같은 작품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독일에서 헨델 음악의 부활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 시기에 멘델스존에게 가장 아쉬웠던 것은 작곡할 시간을 내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그는 오라토리오 "성 바울"을 작곡하기 시작했고 살롱 연주용으로 틈틈이 "무언가"들을 썼습니다.

그는 이런 작품의 작곡에 힘을 쓰면서 한편으로 라이프찌히에 일자리를 구하려고 교섭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26세가 되던 1835년부터는 라이프찌히 게바타 오페라 하우스를 맡게 되었죠. 이 때부터 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곳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음악활동을 펼쳤습니다. 멘델스존은 1835년[26세] 10월 4일 라이프찌히에서 최초의 연주회를 가졌는데 당시 음악신보의 편집장이었던 슈만은 멘델스존이 라이프찌히에 부임한 것을 환영하면서 존경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멘델스존은 이 오케스트라를 당대 최고의 연주 단체로 성장시키는가 하면 라이프찌히를 음악의 중심 도시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라이프찌히 게반트 오페라 하우스의 지휘자로 부임해서 제일 먼저 관현악단의 개혁에 착수했는데 당시 가장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자로 평가받던 페르디난트 바디트를 악장으로 초빙해 그의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훗날 멘델스존이 페르디난드 바비트를 위해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은 그의 최고 걸작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바이올린 협주곡의 여왕으로 불리면서 음악 애호가들과 바이올리니스트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죠.

멘델스존은 1835년 [26세],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맡는 영광을 얻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버지를 잃는 슬픔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야 결혼을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친구를 대신해 프랑크푸르트에 지휘하러 갔다가 프랑스 개혁파 교회 목사의 딸인 세실 장르노(Cecile Jeanrenard, 16세)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이들은 1837년[28세] 3월, 결혼했습니다. 세시는 멘델스존보다 10살이나 어렸지만 지적이고 매력적이었으며 사려깊은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섬세하면서도 다소 신경질적인 성격이었던 멘델스존과 매우 침착한 성격의 그녀는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고 멘델스존 부부의 결혼 생활은 행복했습니다.

항상 바쁜 음악활동을 펼쳤던 멘델스존은 결혼 이후에도 여전히 의욕적인 음악활동을 해나갔습니다. 1839년[30세]에는 슈만이 보내준 슈베르트의 교향곡 C장조를 지휘했고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엘리야"의 작곡도 이 시기에 시작됐습니다. 그런 가운데 1841년[32세] 멘델스존은 또 다른 일 하나를 맡게 되었습니다. 프러시아의 왕이 멘델스존을 베를린으로 불러들여 악장의 칭호를 내렸던 것입니다. 그것은 분명 명예로운 일이었지만 다른 일로도 충분히 바빴던 멘델스존은 이 직함이 그리 탐탁치만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국왕의 뜻을 거절한다면 감사할 줄 모르는 오만한 사람으로 비쳐질 수 있었기 때문에 차마 그렇게 하지도 못했죠. 원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하는 수 없이 그는 라이프찌히와 베를린을 오가며 음악활동을 해야 했고 그 밖에도 유럽 각지의 음악회에 초청되어 지휘를 하는 등 바쁘게 시간을 쪼개 써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멘델스존은 심신의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었고 이것은 그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 큰 원인의 하나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멘델스존은 1829년[20세] 처음 영국을 여행했을 때부터 그곳의 청중들로부터 환대를 받았고 그 이후에도 9번이나 더 영국을 방문했습니다. 1842년[33세]에는 7번째로 영국을 방문해 빅토리아 여왕 앞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고 자신이 작곡한 스코틀랜드 교향곡을 여왕께 헌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해 말 멘델스존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겪습니다. 그는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떨쳐버리려고 라이프치히 음악원을 설립하는 데 분주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이듬해에 학교가 문을 열게 되었죠. 그리고 멘델스존은 다시 또 영국을 방문해 당시 13살이던 바이올리니스트 요하임을 영국 음악계에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1846[37세]년에는 오라토리오 "엘리야"를 영국의 버밍험에서 초연해 큰 성공을 거둡니다. 이듬해인 1847년[38세] 4월에는 마지막으로 영국을 방문해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왕자를 위해 개정 작업을 끝낸 "엘리야"를 영국 각지에서 공연해 대단한 찬사를 받습니다.

그런데 영국에서 돌아오는 도중 멘델스존은 사랑하는 누나 파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정신적 충격을 크게 받은 그는 신경장애를 일으켰고 심한 두통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여름동안 스위스에서 요양을 하면서 모테트 3곡을 비롯해 누나 파니를 잃은 슬픔을 담은 마지막 현악 4중주곡 (Op.80)을 작곡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병을 이기지 못하고 1847년[38세] 11월 4일 의식불명 상태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의 나이 38세였습니다.

펠릭스 멘델스존은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라고 하지만 그는 고전과 그 이전 작품들을 깊이 탐구하고 여기서부터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냈던 작곡가였습니다. 새로운 경향은 과거의 것을 경시하거나 도외시하는 것에서부터만 생겨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과거의 것을 진지하게 배우는 데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낼 수 있는 것이지요. 펠릭스 멘델스존은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새삼스레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작곡가로, 바흐와 헨델에 대한 연구로 몰두했고 이들을 비롯해 모차르트, 베토벤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멘델스존 당시의 사회상은 모든 것이 혁신적으로 변해 가고 과거 음악에 대한 가치관이 비판과 공격의 대상이 되었던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멘델스존은 전통과 개혁 사이에서 균형잡힌 해결책을 찾아냈던 작곡가였습니다.

슈베르트 이후 멘델스존, 쇼팽, 슈만, 리스트는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사람들인데 이들 4명은 거의 동년배이다. . 슈베르트 (1797 ~ 1828, 31세) ; 독일 . 멘델스존 (1809 ~ 1847, 38세) ; 독일 . 쇼팽 (1810 ~ 1849, 39세) ; 폴란드 . 슈만 (1810 - 1856, 46세) ; 독일 . 리스트 (1811 ~ 1886, 75세) ; 형가리 --------------------------------- 그리고 4명 중 3명은 일찍 사망하고 리스트 혼자서 75세까지 장수했다. 그런데 이들보다 2~3세 아래인 베르디와 바그너도 상당히 장수했는데 . 베르디 (1813~1901, 88세) ; 이탈리아 . 바그너 (1813~1883, 70세) ; 독일 특이하게도 이 장수 음악가 3명은 모두 오페라 전문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