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의 작품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곡 피아노 곡 트로이메라이, 트로이메라이는 꿈이란 뜻으로 슈만의 피아노곡집 '어린이 정경'에 들어있는 소품입니다. 슈만의 아내 클라라는 결혼 전인 1838년 3월 슈만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끔 당신은 어린애 같이 생각됩니다." 이렇게 써 보냈는데 슈만은 클라라가 한 이 말의 여운 속에서 어린이 정경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그는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답게 꿈과 환상을 느낄 수 있는 낭만적인 작품들을 많이 썼습니다. 슈만의 음악은 무질서하고 혼란스럽고 형식이 일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당시에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슈만이 창조해 낸 낭만주의 음악의 진수가 제대로 이해되지 못했던 것이죠. 하지만 감정이 살아 꿈틀거리고 꿈과 환상으로 가득 차 있는 그의 음악들은 이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독일 낭만주의 음악을 이끌었던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은 마치 슈베르트가 그랬던 것처럼 한편의 낭만 소설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언제나 그의 이름 옆에 함께 하는 부인 클라라와의 격정정인 사랑, 정신 질환으로 인한 자살 시도, 그로 인해 정신병동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 세상을 떠난 것, 이런 요소들 때문이죠.

로베르트 슈만은 1810년 6월 8일, 작센의 작은 도시 츠비카우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출판사를 하면서 서점을 함께 운영했던, 문학에 심취한 아마추어 문학가였고 어머니는 외과 의사의 딸이었습니다. 슈만의 예술가로서의 재능은 아버지에게서 물려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넉넉하고 평안한 가정환경 속에서 슈만은 아버지의 문학적 취향에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문학적인 분위기에 젖어들었습니다. 그는 6-7살 때 처음으로 학교 교육을 받기 시작했는데 피아노 레슨도 이즘에 받기 시작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11살 때는 학교 밴드를 지휘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슈만은 10대 시절 많은 시간을 시와 에세이, 그리고 소설 등을 쓰는데 보내는 한편 남다른 음악 실력을 갖추기도 했습니다. 한 학교 친구는 슈만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소년 로베르트는 13살 때 벌써 제 몫을 하는 피아니스트로서 다른 사람 앞에서도 연주를 잘했다. 그가 장차 유명한 사람이 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눈치 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음악가들이 어려서부터 음악교육을 받았던 것과는 달리 일찍부터 활동을 시작한 것과 달리 슈만은 어린 시절 정식으로 음악을 배우지는 못했습니다. 슈만이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치게 된 건 9살 때 당대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던 모셀라스의 연주회에 다녀온 뒤 아버지를 졸라 피아노를 마련하면서 부터였읍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베버에게 보내 피아노를 가르칠 생각도 했지만 1826년 [슈만 16세]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그래서 청소년기의 슈만은 온전히 자신만의 노력으로 음악을 배워나가야만 했습니다. 젊은 시절 슈만을 사로잡은 음악은 특히 슈베르토와 베토벤의 작품들이었죠. 이밖에도 김나지움에 다니던 시절 슈만은 장파울의 소설과 하이네의 기행문에 심취할 정도로 문학에도 심취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슈만의 어머니는 아들이 음악가나 문필가 되는 것 보다 법률가가 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1828년 [18세], 슈만을 라이프치히로 보내서 법률을 공부하게 합니다. 슈만의 어머니는 아들을 당시 시민사회의 중요한 계급으로 부상하던 법률가로 키우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음악을 가르켜 "빵이 없는 가난한 예술"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라이프치히 시절, 슈만의 관심은 법률공부가 아니라 다른 데 있었습니다. 그는 많은 시간을 연주회에 참석하거나 피아노 연습에 보냈는가 하면 친구들과 어울려 실내악 활동을 하곤 했죠. 그리고 세익스피어, 괴테, 바이런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바로 이 시기에 당대의 유명한 피아노 선생님, 프리드리히 빅크를 만나 그에게 피아노 교습을 받기 시작합니다. 슈만은 1829년 [19세] 어머니에게 하이델베르크 대학에 훌륭한 법률가들이 있다는 이유를 대면서 그곳으로 학교를 옮겼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하이델베르크가 낭만주의의 신성한 수도로 불리며 당시 대학생들에게는 동경의 땅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곳에서도 그는 법률보다는 음악과 문학에 더 심취했고 결국 법률 공부를 그만두고 피아노 공부를 위해 다시 라이프치히로 돌아갑니다.

슈만과 상의 끝에 프리드리히 비크 교수는 슈만의 어머니를 설득했고 마침내 슈만은 음악가의 길로 가기 위해 1830년[20세]부터 비크 교수의 집에 살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비크 교수의 피아노 교습은 매우 엄격했고 슈만의 독창성과 감수성을 용납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늦은 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한 만큼 슈만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1832년[22세] 손가락 강화를 위해 자신이 고안한 기계 장치를 이용해 무리하게 연습하다가 손에 마비를 일으켰고 슈만은 결국 피아니스트의 길을 포기해야만 했죠. 슈만은 손가락 부상으로 연주자의 꿈을 접고 작곡과 음악 평론에 전념하게 됩니다. 아마 그는 당시에 몹시 낙담했을 겁니다. 하지만 작곡가로 성공해 많은 걸작들을 남길 수 있었던 걸 생각하면 작곡가의 길은 슈만에게 운명처럼 다가왔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로베르트 슈만과 클라라 비크가 처음 만난 것은 슈만이 프리드리히 비크 교수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되면서였습니다. 1828년 [18세] 슈만은 18살이었고 클라라는 9살이었죠. 당시 클라라는 촉망받는 천재 소녀 피아니스트로 이미 이름이 나 있었습니다. 12살 때는 괴테 앞에서 연주해서 80살의 노작가를 감동시키기도 했습니다. 괴테는 클라라에게 "어떻게 이 소녀는 5-6명의 사내아이들이 함께 건반을 두드리는 것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질수 있단 말인가" 하는 얘기와 함께 다시 방문 해 달라는 요청을 할 정도였습니다. 10대 소녀인 클라라가 여러 곳에 순회 연주를 하면서 피아니스트로서의 명성을 쌓아가고 있을 때 슈만은 평론지 음악신보를 창간해 낭만주의를 계몽하면서 음악평론을 해 나가는 한편 작곡가로서 창작에 몰두했습니다. 슈만과 클라라는 클라라의 아버니 비크 교수의 집에 머물면서 피아노를 공부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끌리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마침내 연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클라라의 아버지이자 슈만의 스승인 비크 교수는 클라라가 제자인 슈만과 만나는 것을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아버지 프리드리히 비크는 아직 음악가로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슈만이 한창 피아니스트로서 명성이 자자한 자신의 딸과 결혼하는 것을 결코 허락할 수 없었습니다. 비크 교수는 딸에게 좀 더 좋은 조건의 배우자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슈만은 클라라에게 그녀의 아버지인 비크 교수와 결혼 이야기를 했을 때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대화는 무서웠습니다. 그 냉랭암, 악의, 혼란과 모순, 그는 사람을 죽이는 새로운 수단을 갖고 있었습니다." 비크 교수는 두 사람을 떼어놓기 위해서 슈만에게 엄청난 액수의 돈을 결혼 조건으로 내세우는가 하면 슈만을 두고 "게으르고 무책임한 주정뱅이"라고 인신 공격을 하기도 했습니다. [비크 교수는] 슈만이 딸[클라라]에게 보낸 편지를 찢어버리기까지 했는데 그럴수록 이들의 사랑은 더 깊어져 갔습니다. 사랑의 마음을 편지로 나눌 수 없자 이들은 다른 방법으로 사랑을 고백했는데 다름 아닌 음악이었죠. 슈만은 클라라에 대한 강렬한 사랑의 심경을 노래한 <피아노 소나타 제1번>을 써서 그녀에게 보냈습니다. 슈만과 비크 교수는 클라라와의 결혼 문제로 법정까지 갔습니다. 법원에서는 비크 교수가 주장한 슈만의 상습음주벽에 관한 증거 제출을 요구했지만 비크 교수는 이를 제시하지 못했죠. 결국 1840년 3월 28일 [슈만 30세, 클라라 21세] 법원의 판결은 슈만에게 유리하게 내려졌고 두 사람에게 장밋빛 미래가 보였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을 위한 법원의 최종 허가는 1840년 8월 1일에 내려졌고, 슈만과 클라라는 그해 9월 12일 라이프치히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 어떤 장벽도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슈만은 클라라와 결혼하기 위해 지루하고도 힘든 시기를 보내는 동안에도 작곡과 평론활동을 꾸준히 해나갔습니다. 물론 비크 교수와의 싸움이 그를 불쾌하고 불안하게 했지만 다행히 그는 그때마다 창작을 도피처로 삼았던 것입니다. 연인인 클라라가 그의 음악적 영감을 자극했을 뿐만 아니라 클라라를 아내로 맞기 위해서는 음악가로 필히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창작에 몰두했습니다. 1840년 클라라와 결혼을 앞둔 슈만은 행복감에 젖어서일까요, 아름다운 가곡들을 많이 작곡했습니다. 그해 2월에 슈만은 클라라에게 이런 편지도 썼습니다. "사랑하는 클라라에게. 당신을 편안하게 해 줄 노래 한 곡을 보냅니다. 이 곡을 당신처럼 부드럽고 단아하게 불러 보세요. 지난 며칠 동안 나는 하이네의 시를 갖고 가곡집을 만들었다오. 또 괴테의 시집에서 발췌한 발라드와 영국사람들조차 아직 손대지 못한 번저의 시들도 포함해서 말이에요. 이런 이들이 얼마나 쉽게 진행되었고 얼마나 내가 그 일들을 즐겼는지 아마 당신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거요." 한 예술가의 창작에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로베르트 슈만은 슈베르트의 뒤를 이어 가곡 장르에 창조적인 재능을 보인 작곡가였지만 그가 처음부터 가곡을 쓰는 데 관심을 보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슈만은 작곡생활의 첫 10년 동안은 주로 피아노곡을 쓰는 데 전념했습니다. 슈만이 1840년에 마침내 클라라와 그녀에 대한 사랑을 가곡을 통해 표현하게 된 것이죠. 그는 클라라에게 이런 편지를 썼습니다. "그 가곡들은 내가 처음으로 발표한 곡이니 너무 혹독하게는 비평하지 말아 줘요. 그 가곡들을 작곡할 때 나는 당신 생각을 하고 있었소. 낭만적인 소녀여. 당신의 두 눈은 나를 매혹시킨다오. 그래서 나는 가끔 당신 같은 약혼자 없이는 어느 누구도 그러한 음악을 작곡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오." 슈만은 결혼하던 해인 1840년에 많은 가곡을 작곡해서 이 해는 슈만에게 가곡의 해로 불립니다. 그해 2월에 <메리테의 꽃>에 수록된 여러곡들과 하이네의 시에 부친 가곡집 <리더크라이스 작품 24번>을 썼습니다. 그리고 5월부터 6월에 걸쳐 그의 걸작 가곡집으로 손꼽히는 <리더크라이스 작품 39번>과 <시인의 사랑>이 탄생됐죠. * 7월에는 또 하나의 걸작 가곡집 <여인의 사랑과 생애 >(작품 42)도 완성됐다. 이렇게 슈만의 걸작 가곡들은 대부분 1840년 결혼을 앞두고 작곡되었다.

* 독일 낭만주의는 문학과 음악의 융합을 꿈꾸었는데 슈만은 이를 제대로 실현했던 낭만주의자였다. 문학과 음악은 불가분의 것이었고 그는 양쪽 모두에 관심과 재능을 갖고 있었습니다. 슈만은 학교에서 열리는 발표회 때엔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독백을 낭송하는가 하면 피아노 연주도 했고 김나지움의 마지막 학년 때에는 <시와 음 예술과의 밀접한 관련성에 대해서> 라는 제목의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여러 모로 볼 때 슈만은 시인이었습니다. 물론 그는 음악가가 되어 활동했지만 그가 쓴 성악곡은 물론이고 피아노 곡, 실내악곡, 관현악곡 등 모든 장르에서 시인의 혼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에게 시인의 혼을 가진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하이네의 시에 부친 가곡집 <시인의 사랑>이죠. 낭만주의의 기운이 충만한 이 가곡집은 시와 음악을 가장 완벽하게 융합시킨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시인의 사랑> 역시 슈만이 클라라와 결혼했던 해에 쓴 작품. 클라라는 이 곡들을 들은 후 이렇게 탄성을 질렀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당신처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없을 거예요. 날이 갈수록 커져 가는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과 흠모의 정은 어느 것이 먼저이고 나중인지 알 수 없어요."

로베르트 슈만은 처음엔 피아노곡을 집중적으로 쓴 뒤 가곡 작곡으로 옮겨 가 음악사에 빛나는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피아노곡과 가곡 작곡가에 머물지 않고 다른 장르의 작품에도 강한 창작열을 보였습니다. 슈만은 1840년 11월 둘째 주의 일기에 이렇게 썼습니다. "어서 빨리 협주곡이나 교향곡을 써야지. 가곡은 이제 충분히 썼다. 100곡이 넘는다" 그리고 그 이듬해 봄, 라이프치히의 무명시인인 아돌프 베트거의 짧은 시를 손에 든 슈만은 교향곡 <봄>을 구상하게 됐고, 집중력을 발휘해 4일 만에 곡을 스케치 한 뒤 교향곡 전체 스코어를 2월 중순에 완성했습니다. 멘델스존은 이 작품을 칭찬하면서 직접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특별 연주회에서 초연했는데 청중과 비평가 모두에게서 좋은 평을 얻었습니다. 이로써 슈만은 작곡가로서의 위상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1842년은 슈만에게 실내악의 해가 됐습니다. <현악사중주곡 작품 41번>을 비롯해서 <피아노 오중주곡 작품 44번>, <피아노 사중주곡 작품 47번>을 썼고 1843년에는 멘델스존이 라이프치히 음악원을 설립하자 그는 이 음악원의 교수로 초빙되기도 했습니다.

1844년 [34세] 슈만은 부인과 함께 러시아까지 먼 연주 여행을 다녀온 후 음악잡지 일을 정리하고 창작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 때부터 그는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질환에 시달리게 됩니다. 불면과 두통, 병적인 우울에다 음악을 듣는 것이 고통스러워서 견딜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죠. 칼스바트에 가서 요양을 했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고, 의사의 권유로 잠시 드레스덴에 머물렀는데 슈만은 결국 이 도시로 이사 하게 됩니다. 1844년 12월 드레스덴으로 옮겨간 슈만은 이곳에서 1850년까지 살았습니다. 슈만 부부가 드레스덴으로 옮겨간 것은 보다 활발한 음악활동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휴식을 갖기 위해서였죠. 당시 슈만은 오페라 극장이나 오케스트라와 관련한 활동은 하지 않았고 합창 지휘를 하면서 주로 창작에만 몰두했는데 이 때 그는 많은 합창곡을 작곡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 시기 독일에서는 사회변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슈만이 살고 있던 드레스덴에서는 드레스덴 혁명이 일어나 당시 드레스덴 궁정 오페라단에서 활동하던 바그너는 혁명을 지지하는 글을 썼다가 혁명이 실패로 끝나자 스위스로 망명하기도 했습니다. 슈만 역시 이 혼란을 피해 잠시 다른 곳에 가 있기도 했죠. 드레스덴 시절 슈만이 작곡한 음악들은 <피아노 협주곡>(작품 54), <교향곡 2번>, 오페라 <게노페파> 바이런 원작에 의한 극장음악 <만프레드> 같은 대작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피아노곡인 <어린이를 위한 앨범>(작품 68), <숲의 정경>(작품 82) 같은 곡들도 작곡했습니다.

1850년, 40살의 슈만은 페르디난트 휠러로부터 자신의 후임으로 뒤셀도르프 시의 음악 감독이 돼줄 것을 요청받고 그해 9월 이곳으로 가게 됩니다. 새로운 희망이 비춰오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내성적인 슈만은 사교적이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그곳 라인 지방의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휘자 일도 그의 성격에 잘 맞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지휘자 슈만에 대한 평도 좋지 않았죠. 이런 문제로 고민했던 슈만은 1851년과 1852년 사이의 겨울에는 더 깊은 우울증으로 힘든 날들을 보냈습니다. 그는 마치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음악을 통해 잊어보려는 듯 1851년에는 환상소곡집이나 이야기 그림책 같이 판타지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정감어린 작품들을 작곡했습니다. 그리고 슈만은 <바이올린 소나타 1번과 2번>, 그리고 <피아노 삼중주곡 작품 110번 > 같은 후기를 대표하는 실내악곡들도 발표했습니다.

이 시기 슈만이 거둔 큰 결실 가운데 하나라면 위대한 작곡가로 대성할 젊은 브람스를 세상에 알리게 된 것입니다. 그는 1853년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의 소개로 만나게 된 브람스의 음악성을 간파하고 ‘새로운 길’이라는 제목의 비평을 써서 그의 미래를 열어 주었습니다.

뒤셀도르프로 이주해서 작품활동을 하던 시기에 이미 슈만의 건강은 악화일로에 있었습니다. 1854년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슈만은 가족들의 눈을 피해 빗속을 달려가 라인 강에 투신합니다. 다행히 한 어부에 의해 구조되었지만 그 후 본 교외의 엔데니히 정신병원에 수용됩니다. 이제부터 부인 클라라가 가족들을 책임져야 했죠. (여덟 명의 자녀를 낳았는데 다섯만이 살아남았음) 생계를 위해 클라라는 다시 연주회를 열기 시작했고 이렇게 힘든 시기에 브람스는 클라라에게 큰 의지이자 위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낭만주의 음악의 표상인 슈만이 엔데니히 정신병원에서 2년 정도의 투병생활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 날은 1856년 7월 29일이었습니다. 그의 나이 46살이었습니다. 1856년 슈만이 세상을 떠나기 바로 이틀 전, 클라라는 병원에 있는 남편을 찾았습니다. 그때 슈만은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는 허약한 몸에도 불구하고 있는 힘을 다해서 팔을 뻗쳐 사랑하는 아내의 목을 끌어안았습니다. 클라라는 그날의 일을 이렇게 일기에 남겨 놓고 있습니다. "나는 결코 그 일을 잊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그 무엇을 준다 해도 나는 그것을 그날의 포옹과 바꾸지 않으리라." 슈만의 유해는 본의 묘지에 묻혔고 훗날 그의 사랑하는 아내 클라라도 이 곳에 함께 묻혔습니다.

슈만은 낭만주의 시대에 살았기 때문에 꿈과 환상을 느낄 수 있는 낭만적인 작품들을 많이 썼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무질서하고 혼란스럽고 형식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 그런 대접은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예컨대 지휘자 금난새 씨가 2003년에 펴낸 "금난새와 함께 가는 유쾌한 음악여행"은 비발디에서부터 쇼스타코비치까지 32명을 다루고 있지만 (CD 25장) 슈만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브람스를 알려면 반드시 슈만을 알아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