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음악은 대체로 고뇌와 우수 그리고 쓸쓸함과 고독감을 느끼게 하죠. 그런데다 브람스의 초상화를 보고 있으면 그의 덥수록한 수염, 무뚝뚝한 표정, 우수에 잠긴 눈동자에서도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렇듯 고독한 표정을 짓고 있는 브람스는 평생을 결혼 한 번 하지 않고 독신으로 쓸쓸한 인생을 살았던 작곡가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바흐, 헨델, 베토벤 같은 위대한 선배 작곡가들에 대한 경의를 잃지 않았고 늘 겸손하고 진지한 자세로 중후한 독일 음악의 전통을 계승했던 낭만주의 시대 또 하나의 중요한 작곡가입니다. 브람스는 1833년 5월 7일, 독일 북부의 항구도시 함부르크에서 태어났습니다. 이곳은 독일 최대의 무역항으로 상업이 발달해서 외지에서 온 많은 상인들로 붐비는 곳이었지만 도시의 분위기는 남부 유럽과는 달리 매우 어둡고 쓸쓸한 편이었습니다. 겨울은 길고 몹시 추웠고 여름이어도 밝은 햇살을 볼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을 정도로 회색빛의 무거운 공기가 도시를 지배했습니다. 이런 함부르크의 도시 환경은 브람스의 성격 형성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브람스의 아버지는 더블베이스의 연주자였고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17살이나 연상으로 나이 차이가 많은 부모님의 불화는 어린 그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브람스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였는데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오케스트라에 필요한 악기를 공부하기를 원했지만 브람스는 피아노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집에 피아노가 없었던 소년 브람스는 피아노 선생님인 코셀의 집에서 연습을 해야 했습니다. 브람스는 코셀 선생님의 다른 제자들과는 달랐습니다. 그날 배운 것은 그날 모두 외울 정도로 피아노 공부에 열성적이었고 그런 만큼 자연히 브람스는 곧 뛰어난 피아노 실력을 갖추게 되었죠. 열살 때 공개 연주회에서 큰 갈채를 받았고 또 작곡도 하기 시작했지만 그의 습작들은 훗날 브람스 자신이 모두 없애버렸습니다. 브람스는 피아노 레슨과 연습이 끝난 뒤에도 코셀 선생님의 집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집에 피아노가 없었기 때문에 그 전날 자신이 작곡한 곡을 꺼내서 혼자 쳐보곤 했습니다. 브람스의 작곡 능력을 일찌감치 알아챈 코셀 선생님은 제자를 자신의 스승인 막스 젠에게 보내 음악 이론을 배우게 했습니다. 코센과 막스 젠 선생님은 브람스에게 바흐와 베토벤 음악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형편이 넉넉지 못했던 집안의 장남이었던 브람스는 아직 선생님의 지도를 받고 있던 13살의 나이였지만 이 때부터 이미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틈틈이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했고 함부르크 시립 극장에 나가서는 가수의 노래나 인형극을 반주하면서 집안에 생활비를 보탰죠. 그런 가운데서도 작곡을 하는가 하면 밤이 되면 술집이나 카페에서도 피아노를 연주했습니다. 이렇듯 어린 브람스는 건강을 해칠 정도로 힘든 삶을 살았는데 결국 15살 때에는 정규 교육을 포기하고 맙니다. 안개 낀 함부르크의 어두침침한 술집 한구석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사춘기를 보냈을 브람스. 그는 너무 일찍 삶의 고독과 고단함을 알았고 이런 성장기의 힘든 체험들은 훗날 그의 작품 속에 그대로 녹아들었습니다.

브람스는 15살 때에 정규 교육을 포기해야 했지만 그 후 그의 음악적 열정은 더 깊어져 그해 9월 21일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공식적인 피아노 리사이틀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 [16세] 에 가진 리사이틀에서는 자신의 작품도 포함시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죠. 1850년 17살 때에는 헝가리에서 망명한 바이올리스트인 에드와드 레메니(Eduard Remenyi)를 만나 그의 반주자로 활동했습니다. 브람스는 레메니에게서 집시풍으로 연주하는 것이라든지 어떻게 루바토를 이용해 앙상블 연주를 하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레메니가 미국 연주 여행을 떠나자 브람스는 고향인 함부르크로 돌아가 주로 피아노 교습을 하면서 생활을 꾸려 나갑니다. 그리고 3년 후인 1853년 [20세] 레메니가 미국 연주 여행에서 돌아오자 브람스는 다시 그의 파트너로서 연주 여행을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바이올리니스트 요셉 요하임을 만나게 되죠. 브람스는 요하임과의 첫만남부터 서로의 음악적 이상이 같다는 걸 느껴 호감을 가졌고 요함임과의 만남은 브람스의 음악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브람스는 요하임의 소개로 바이마르에서 리스트도 만나게 됩니다. 이때 리스트는 브람스가 18살 때 쓴 피아노 곡의 일부를 연주해 보고는 이 작품에 대해 간단한 평을 해 주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수줍은 청년 브람스는 그 자리가 영 불편하기만 해서 동행했던 레메니에게 그곳을 빨리 떠나자고 했다고 레메니와의 의견 차이로 결국 두 사람은 결별하고 맙니다. 그 후 브람스는 자신과 잘 맞는다고 느꼈던 요하임과 함께 연주회를 가졌고 두 사람은 이후 오래도록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됩니다.

브람스에게 당대의 유명한 평론가이자 음악가인 로베르토 슈만을 만나 보도록 조언한 사람도 바로 요하임이었습니다. 요하임과의 연주회로 약간의 돈을 모은 브람스는 어느 날 혼자 라인 지방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1853년[20세] 9월 30일은 브람스와 슈만 부부의 기념비적 만남이 있던 날입니다. 브람스가 뒤셀도르프에 있는 슈만의 집을 찾아간 것이죠. 이때 브람스는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 곡을 연주했습니다. 이 연주를 처음에 혼자 듣던 슈만[43세]은 아내 클라라[34세]를 불렀고 슈만과 클라라 부부는 재능 넘치는 이 젊은이에 관해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클라라는 그날 브람스에게서 받은 첫 인상을 자신의 일기에 이렇게 썼습니다. "여기에 신이 만들어 보낸 듯한 완벽한 사람이 와 있다. 그는 우리 앞에서 자신이 작곡한 소나타와 스케르쪼를 연주했다. 모두 풍부한 환상, 깊은 정서, 그리고 거장풍의 형식을 갖춘 작품이었다. 로베르트는 그의 작품은 고칠 부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그를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그의 놀라운 작품들을 대하고 있는 것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슈만은 브람스를 음악계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그에 관한 글을 평론지 음악신보에 싣는가 하면 독일의 유명한 음악출판사에 브람스의 작품을 출판해 보라고 추천을 하기도 합니다. 이제 20살이 된 청년 브람스는 슈만이 음악 신보에 "새로운 길"이라는 제목으로 쓴 평론을 통해 독일 음악계에 그의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슈만은 이 글에서 브람스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선택받은 예술가는 이 시대의 가장 높은 표현성에 이상적인 선물을 주게 될 사람으로서 점차 발전해 대가의 길이 들어서는 사람이 아니라 크로노스의 머리에서 충분히 무장된 미네르바처럼 갑자기 출현한 거장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드디어 왔다. 요람의 여신과 영웅들이 보호하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멋진 젊은이다. 그는 요하네스 브람스라고 하는 사람으로 함부르크 출신이다."

1853년 [20세] 브람스가 슈만에 의해 음악계에 널리 소개되었을 때 이미 슈만의 건강은 좋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결국 이듬해 [1854년, 슈만 43세, 브람스 21세] 슈만이 라인강에 투신하는 일이 생겼고 남편이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클라라는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브람스는 클라라에게로 달려가 따뜻한 말로 위로했고, 그런 상황에서 클라라가 막내 아이를 낳자 브람스는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작곡해 클라라를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클라라는 브람스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고 브람스는 존경하는 대음악가의 부인이자 자신을 인정해 준 그녀를 도와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까지 느꼈습니다. 그러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뭐라 딱 규정짓기 어려운 사랑의 감정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브람스가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내용도 남아 있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썼던 것 중에서 사랑으로 말하지 않았던 모든 말들을 후회합니다." 그야말로 열렬한 사랑의 고백이었죠. 이 시기에 브람스의 마음 속에는 클라라 밖에 없었던 듯합니다.

그런 가운데 클라라의 남편 슈만은 정신병에 시달리다 1856년, 세상을 떠납니다. [슈만 46세] [클라라 37세] [브람스 23세] 브람스는 클라라를 사랑하는 마음 한켠에 자신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었던 슈만에 대한 고마움도 깊이 간직하고 있었기에 슈만이 세상이 떠난 후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클라라에 대한 브람스의 뜨거운 사랑은 슈만이 세상을 떠나면서 점차 우정으로 변해 갔습니다. 클라라에 대한 브람스의 깊은 우정과 관심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변치않았죠. 클라라를 향한 브람스의 뜨거운 사랑이 조금씩 다른 색깔의 감정으로 변해갈 무렵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전해집니다. "격정은 육체를 황폐하게 합니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격정이야말로 영혼에는 좋지 않은 음식이나 마찬가지인데, 그걸 섭취하게 되면 가장 나쁜 병에 걸렸을 때처럼 육체와 영혼이 파괴되는 것이죠. 기쁠 때도 고요하게 침잠하고 고통스럽거나 슬플 때도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이야말로 아름다우며 진정한 인간이죠." 고독한 작곡가 브람스는 겨우 24살의 나이에 마치 세상을 달관한 노인이 가질 법한 인생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08. 머뭇거리다 놓친 사랑 브람스는 스물 다섯이던 1858년 여름, 괴팅겐에서 대학교수의 딸인 아가테 폰 지볼트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되고 그녀와 약혼합니다. 하지만 결혼에 이르지는 못했는데 그 이유는 브람스가 결혼이라는 중대한 결정 앞에서 머뭇거렸기 때문이죠. 1859년 [26세] 1월, 청중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한 <피아노 협주곡 1번>의 초연이 끝난 후 그는 아가테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오. 다시 한번 만나고 싶소. 그렇지만 난 속박당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소. 내게 편지해 주오. 다시 한번 만나야 할것인지를. 당신을 내 가슴에 간직한 채로 입 맞추며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해야 할지를 말이오." 속박당하는 걸 견딜 수 없다는 브람스의 이 말은 아가테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고 이들은 결국 결별하게 됩니다. 브람스는 그 후에 다른 여성들에게 사랑을 느끼기도 했지만 모두 결혼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그의 말처럼 그 무엇에도 구속받고 싶지 않아서인지 클라라라는 여인이 늘 마음 한켠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가테와의 쓰라린 결별을 뒤로 하고 그는 고향 함부르크에서 다시 야심차게 음악활동을 해나갔습니다. 초연에 실패했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이 곳에서 다시 연주해 성공을 거두었을 뿐 아니라 여성합창단을 지휘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브람스는 고향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원했기 때문에 함부르크 필하모닉의 지휘자 자리가 자신에게 돌아오길 희망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자리는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고 브람스는 몹시 실망했습니다. 브람스는 스물 아홉이던 1862년 고향 함부르크를 떠나 빈으로 갑니다. 고향에서 인정받지 못한 것이 큰 상처로 남았지만 음악의 중심도시 빈은 브람스에게 제2의 고향이 되어 주었습니다. 빈으로 간 첫 해에 브람스는 피아노 4중주곡 작품 25번과 26번 그리고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를 발표해서 재능을 인정받고 베토벤을 이을 후계자라는 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 브람스는 이렇게 빈에서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1863년[30세]에는 빈의 징 아카데미의 지휘자가 됐고 이듬해까지 일하고 나서 1865년[32세]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독일 레퀴엠>의 작곡에 매진해 3년 뒤[35세, 1868년]발표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클라라는 특히 이 작품을 높이 평가하면서 작품의 성공을 누구보다도 기뻐했습니다. "저는 당신의 레퀴엠에 정말 매혹되고 말았습니다. 그 곡이 지니고 있는 불가사의한 힘은 듣는 사람을 깊이 감동시키고야 맙니다. 그것은 보기 드물게 훌륭한 작품입니다. 시적이면서도 장엄한 그 음악에는 사람들을 흥분하게도, 차분히 가라앉게도 하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1860년대 말 브람스는 전문 음악가들에게는 독일 레퀴엠과 알토 랩소디로, 또 일반인들에게는 헝가리 춤곡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브람스는 빈에 정작 한 후 지휘와 연주, 작곡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브람스는 작곡 활동을 하며 많은 연주여행을 하는 가운데 이탈리아를 여행했습니다. 음울한 날씨가 많은 함부르크 태생인 그에게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밝은 분위기의 남쪽 나라 이탈리아는 대단히 매력적인 여행지였죠. 그는 45살 때인 1878년[45세], 처음으로 이탈리아를 여행한 이후 1893년[60세]까지 8차례나 이탈리아를 다녀옵니다. 그는 또 여름이면 빈을 떠나 경치 좋은 휴양지에서 보내며 작곡을 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여름 작곡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1860년대 중반 - 휴양지 리히델탈] 1860년대 중반에는 클라라가 살고 있던 온천도시 바덴바덴에 있는 리히덴탈에 가서 휴양하면서 작곡했고 [1873년, 40세 - 휴양지 투친] 1873년[40세]에는 호수가 아름다운 투친에서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썼습니다. [1876년, 43세, 교향곡 제1번] 이렇게 작곡가로서 명성을 얻은 그였지만 교향곡의 발표에는 무척 신중했습니다. 1876년, 43살이 되었을 때야 비로소 자신의 첫 교향곡을 완성했습니다. 브람스는 첫 교향곡을 쓰면서 위대한 교향곡 작곡가 베토벤의 교향곡을 의식한 듯합니다. 실제로 그의 1번 교향곡을 들으면 베토벤의 영향이 느껴집니다. 이 때문에 한스 폰 뷜러는 브람스 교향곡 1번을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1877년, 44세 - 교향곡 제2번, 휴양지 페르차흐]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으로 일컬어지는 교향곡 2번은 교향곡 1번이 완성된 이듬해인 1877년[44세] 여름, 페르차흐에서 탄생되었습니다. [1878~1879년 45세, 46세, 페르차흐] 또 페르차흐 역시 브람스가 걸작을 탄생시킨 곳으로 유명하죠. 페르차흐는 브람스가 1878년[45세]과 1879년[46세] 여름을 보낸 곳인데 경치가 좋은 이 곳의 호수와 들판을 오가며 작품을 구상하고 작곡을 했다고 합니다. 그는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 77>과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을 이곳에서 완성했습니다. [1883년, 50세 - 교향곡 제3번] 교향곡 3번은 2번을 쓴 후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인 1883년[50세]에 완성되었는데 인간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더 원숙해진 시기의 작품이죠. [1884~1885년, 51~52세, 교향곡 제4번, 추슬락] 브람스가 발견한 또 다른 휴양지로는 미르츠 추슬락이란 곳도 있습니다. 그는 이 곳에서 1884년[51세]과 1885년[52세] 여름을 보냈는데 그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교향곡 제4번>이 바로 여기에서 탄생했습니다. 이곡은 브람스 고독의 심연, 인생에 대한 관한 관조와 달관에 대한 경지를 엿보게 하는 걸작으로 고전적 형식과 로맨틱한 내용의 조화를 추구했던 브람스의 음악적 이상을 가장 완벽하게 실현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1886~1887년 53세~54세 - 휴양지 툰] 이듬해인 1886년[53세] 여름은 멋진 자연 풍광을 가진 스위스의 툰 호숫가에서 보내면서 <바이올린 소나타 제2번>을 작곡했고, 이듬해[54세, 1887년]에도 이 곳을 찾아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과 가곡집 <집시의 노래>를 썼습니다. [1890년, 57세 - 클라리넷 3중주 등] 이즈음 1890년, 57살의 브람스는 마이닝엔에서 만난 당대의 명 클라리네티스트 리하르트 뮐펠트의 연주에 매료되어 말년의 역작인 클라리넷 3중주곡과 5중주곡을 씁니다. (1891년 작품) [1889~1896년, 56~63세 - 휴양지 바트 이슐] 브람스는 말년이라고 할 수 있는 1889년[56세]부터 1896년[63세]까지의 여름동안에는 휴양지 바트 이슐을 찾아 창작에 몰두했습니다. 바티슐에 있을 때에는 가까이 곳에 머물던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가 종종 브람스를 찾아와 담소를 나누기도 했죠.

1896년 [브람스 63세] 평생토록 브람스 마음 속의 연인 클라라[77세]가 병으로 몸져 눕자 브람스는 <4개의 엄숙한 노래, 작품 121>를 작곡합니다. 클라라는 결국 그해 5월 세상을 떠나고 브람스는 마지막으로 [휴양지] 바트 이슐을 찾아가 그곳에서 자신의 작품들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오르간을 위한 11개의 코랄 전주곡도 이곳에서 작곡하는데 이 작품의 마지막 코랄의 제목은 "오 세상이여, 나는 네 곁을 떠나야 하네"입니다. 이 제목을 보면 이때 브람스는 이미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합니다. 클라라가 세상을 떠나고 얼마 후 브람스는 역시 간암 진단을 받습니다. 브람스는 차차 얼굴과 손을 비롯한 피부색이 어둡게 변해갔고 체중도 줄어들었습니다. 1897년[64세] 3월 25일 이후에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도 버거울 정도가 됐죠. 요하네스 브람스는 4월 3일 세상을 떠납니다. 임종의 순간에 친구나 가족 그 누구도 그의 곁에는 없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온 몸에 밴 고독의 향기를 음악 속에 담아냈던 작곡가,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독했습니다. 브람스의 유해는 빈 중앙묘지, 평소 존경하던 선배 작곡가인 베토벤 옆에 안장되었습니다. 브람스의 장례식이 거행되던 날 그의 고향인 함부르크 항구의 배들은 모두 조기를 달고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