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음악은 감미로운 듯하면서도 우수에 차 있고 어떤 작품에서는 우울함 속으로 깊이 빠져드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생전에 음악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평생동안 자신에게서 슬픔과 우울을 걷어낼 수 없었던 작곡가였습니다. 지나치게 민감한 성격에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그는 종종 신경쇠약과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는데 차이코프스키의 이런 성격이 어쩌면 그토록 감성적인 작품을 쓰게 한 원천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추가 정보] 차이코프스키는 브람스보다는 7년 아래이고 생상스, 비제, 드보르작, 그리그와 아래 위로 나이가 비슷하다. 브람스 (1833 - 1897, 64세) 독일 생상스 (1835 ~ 1921, 86세) 프랑스 비제 (1838 ~ 1875, 37세) 프랑스 차이코프스키 (1840 ~ 1893, 53세) 러시아 드보르작 (1841 ~ 1904, 63세) 보헤미아 그리그 (1843 ~ 1907, 67세) 노르웨이 그는 고독한 음악가로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늘 혼자가 되기를 좋아했다. 이런 우울함이 그의 음악 전체에 배어 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 음악가로서는 처음으로 소박한 향토색을 서양 음악 형식으로 세련되게 표현했다.

표르트 일리치 차이코프스키는 1840년 5월 7일 비아트카 지역의 광산촌인 캄스코 보트킨스트에서 태어났습니다. 광산의 감독관이었던 차이코프스키의 아버지는 첫 부인이 일찍 죽자 프랑스 혈통의 두번째 부인을 맞았고 그 사이에 태어난 큰 아들이 바로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였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예민한 감수성은 바로 어머니 쪽에서 물려받았다고 합니다. 비교적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차이코프스키는 4살부터 8살까지 프랑스인 가정교사에게 배웠는데 그녀는 당시 차이코프스키가 마치 깨지기 쉬운 도자기 같은 아이였고 특히 음악에 예민한 감수성을 보였다고 회고했습니다. 또한 아버지의 기록에 따르면 차이코프스키는 4살 때 동요를 지어 불렀을 정도로 음악에 재능을 보였고 6살 무렵에는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7살 무렵 차이코프스키는 어머니가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를 때 여기에 도취되어 이렇게 흐느껴 운 적이 있다고 합니다. "아, 이 음악. 이것이 내 머리 속에 있어요. 이걸 내게서 떨쳐내 주세요." 차이코프스키는 이렇게 어릴 적부터 음악 소리에 민감했을 뿐 아니라 악보를 읽는 능력이 피아노를 가르치던 선생님의 실력을 뛰어넘을 정도로 특별한 음악적 재능을 보여주었습니다. ---------------------------------- * 이렇게 어릴 적부터 음악에 민감했고 악보 읽는 능력이 피아노를 선생님보다 뛰어났지만 아무도 그 재능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1848년 차이코프스키의 나이 8살에 아버지가 광산 감독관 자리에서 물러나자 차이코프스키 가족은 상트베테르부르크로 이사를 했다가 이듬해(1849년) 5월 아버지의 새 일자리가 있는 알라파예프스크로 옮겨 갑니다. 하지만 1년 뒤인 1850년에 차이코프스키는 어머니와 함께 다시 상트베테르부르크로 돌아가서 법률학교 예비반에 입학해 기숙사 생활을 시작합니다. 나중에 차이코프스키는 당시 어머니와의 이별이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끔찍했던 일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2년 전(1848년) 그를 사랑으로 조심스럽게 보살펴 준 프랑스인 가정교사와 헤어질 때 받은 그 정신적 충격으로 이미 잦은 우울증세를 보여왔는데 어머니와의 이별은 또 한 번 차이코프스키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준 것입니다. ------------------------------------ [보충설명] 1848년 아버지가 일자리를 그만두고 가족이 상트베테르부르크로 갈 때 가정교사와 헤어지면서 1차로 충격, 이후 잦은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1850년 기숙사로 들어갈 때 어머니와 헤어지면서 2차로 충격. 당시 그의 부모는 아들의 음악 재능을 제대로 몰랐고 또 음악가라는 직업은 모험이었으므로 오히려 관리로 출세하는 길을 권했다.

기숙사 생활을 한 지 2년 뒤인 1852년 가족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고 자신은 법률학교에 합격하자 차이코프스키는 간간이 피아노 레슨을 받으며 비교적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다 1854년 (14세) 6월 어머니가 콜레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이때부터 차이코프스키는 하나의 구원책으로 음악에 깊이 빠져들게 되죠. 어머니를 여읜 그해 여름 가족들과 함께 핀란드의 한 포구로 여행갔다가 최초의 작품인 피아노곡 왈츠를 썼습니다. 그리고 오페라 작곡도 시도해 봅니다. 그런가 하면 이 때부터 성악 수업을 받기도 하고 피아노 레슨 선생을 바꾸는 등 음악적 지식을 습득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1855년 (15세) 그의 작품으로서는 최초의 출판 작품인 이탈리아 양식의 가곡 '한밤중'을 썼습니다. 1859년(19세)에 법률학교를 졸업하자 차이코프스키는 법무성에 들어가 근무를 시작했지만 한편으로는 1861년(21세) 가을에 러시아 음악 협회가 개설한 니콜라이 자렌바 음악 교실에서 음악 이론을 배웠습니다. 1862년 (22세) 이 음악 교실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이라는 정식 음악 학교가 되어 문을 열자 그는 학생으로 등록했고 이듬해부터는 법무성을 그만 두고 음악 공부에만 전념합니다. ------------------------------ [러시아음악협회와 음악학교] 1859년에 피아니스트로서 명성을 떨치던 안톤 루빈시타인이 자신의 동생 니콜라이와 함께 페테르부르크에 러시아음악협회를 설립하고, 1860년에 음악 교실을 개설하여 러시아에 서유럽 음악 전통을 이식하기 위해 누구라도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1862년 이 음악교실은 정식 음악학교(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로 승격.

차이코프스키는 상트베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공부하는 2년 반 동안 음악이론, 작곡, 기악편곡을 배웠는데 당시 음악원 원장이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안톤 루빈스타인은 특히 그에게 음악적으로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많은 지원을 해 주었습니다. 루빈스타인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차이코프스키는 12개의 변주 정도를 기대하고 숙제를 내주면 200여 개의 변주를 만들어왔다고 합니다. 안톤 루빈스타인의 회고에 어느 정도 과장이 섞였다 하더라도 이 이야기는 당시 차이코프스키가 품고 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단적으로 말해 줍니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음악을 배워 나가면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적 재능은 서서히 성장해 나갔던 것입니다. ------------------------------- [스승의 질타] 차이코스크기가 서곡 《폭풍우》를 발표했으나 스승인 루빈시타인이 화를 냈다. 기법이 리스트, 바그너를 닮았고 또 발라키레프 등 러시아 5인조와도 비슷하다는 이유였다. 1865년의 졸업작품 역시 마찬가지였다. A.루빈시타인의 전통적 음악이념은 독일 전통음악을 근간이었기에 리스트, 바그너, 러시아 5인조들은 이단이었다.

차이코프스키는 음악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이었지만 그의 미래는 불확실했습니다. 뛰어난 연주가도 성악가도 그리고 지휘자도 아니었던 그는 당시 러시아에서 작곡을 해서 생활을 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다행히 차이코프스키는 1866년(26세)에 안톤 루빈스타인의 동생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이 원장으로 있는 모스크바음악원의 교수가 되었습니다. 당시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은 그보다 5살 아래였던 차이코프스키에게 여러 모로 많은 도움을 주었죠. 낡은 양복 한 벌 뿐인 차이코프스키에게 새옷을 장만해 주었고 음악원 안에 있는 자신의 방 옆에 작은 방을 하나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차이코프스키를 연주회나 오페라에 데리고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시켜 주었죠. 모스크바는 무엇보다도 차이코프스키에게 작곡가로서 발전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안톤과 달리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은 발라키레프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의 새로운 작곡가 그룹에도 (러시아 5인조) 호의적이었는데 바로 이러한 자유로운 분위기가 차이코프스키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던 것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이후에도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훗날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이 세상을 떠나자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피아노 듀오 A단조를 작곡했습니다. 이 곡에는 '한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죠.) ----------------------------------- [러시아 5인조] 조국 러시아 음악의 열정적 주창자 5명. - 발라키레프(Balakirev), - 무소르그스키(Mussorgsky), - 보로딘(Borodin), - 큐이(Cui) - 림스키 코르사코프(Rimsky-Korsakov) 러시아 민족음악 악파를 세우기 위해 민속음악으로부터 영감을 얻으려 했다.

차이코프스키가 첫 교향곡을 쓰기 시작한 것은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의 격려 때문이었지만 1866년(26세) 말 1차로 완성된 이 교향곡의 작곡 과정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좋은 작품을 쓰려는 야심과 아직 성숙하지 못했던 작곡 실력 사이에서의 고민이 예민한 그로 하여금 잦은 신경 발작을 일으키게 했던 것입니다. 당시 의사는 차이코프스키가 "정신착란에서 겨우 한발짝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며 상태가 절망적" 이라는 진단을 내렸을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작곡한 교향곡 1번은 비록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지만 차이코프스키는 점차 상트베테르부르크에서 작곡가로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1867년(27세)에는 모스크바를 방문한 베를리오즈를 만나기도 했으며 발라키레프와 그를 중심으로 한 작곡가 그룹(러시아5인조)을 알게 된 것도 이 무렵이었습니다. (1868년 교향곡 제1번 초연 때 처음 만남) 차이코프스키가 발라키레프의 제안으로 최초의 주요 작품인 환상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작곡한 것은 1869년, 그의 나이 29살 때의 일이었습니다. 그 후 차이코프스키는 31살이던 1871년에 집을 마련하면서 니콜라이 루빈스타인 곁을 떠나 독립했습니다. 혼자 자유롭게 살게 되면서 그는 더욱 많은 작품들을 썼는데 1871년(31세)에는 그 유명한 '안단테 칸타빌레'의 악장이 포함된 현악4중주곡 1번을 썼고 1872년(32세)에는 교향곡 제2번 '소러시아'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어 1873년(33세)에 세익스피어 희곡을 바탕으로 한 '템페스트', 그리고 그 부수음악인 '눈 아가씨'를 썼으며 1874년(34세)에는 러시아적 색채를 띠는 민화적인 오페라 '대장장이 바쿨라'를 작곡했습니다. ------------------------------------ [러시아 5인조의 영향] 현악4중주 제1번, 교향곡 제2번은 민요를 주제로 한 국민주의적 작품이며 템피스트는 러시아 5인조의 지도자 스타소프에게 헌정. 이처럼 그 때까지는 국민악파의 관계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그러나 그 뒤, 차츰 국민주의로부터 이탈하여, 서유럽파로서의 입장을 확립하게 된다.

차이코프스키는 서구 지향적 작곡가로서 발라키레프를 중심으로 한 민족주의 작곡가 그룹인 러시아 5인조와 자주 대조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그가 발라키레프를 만난 1860년대 말 이전부터 우크라이나, 러시아 지방의 민요를 채집해서 작품에 반영하는 등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했습니다. 다만 그가 러시아 5인조와 다른 점은 그가 서구 음악, 즉 유럽음악 기법을 가르친 정식 음악원 출신이었고 바로 이것이 그의 음악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언제나 마음 속으로 "나는 머리 끝에서 발 끝가지 러시아인" 이라고 외쳤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들은 서구적이면서 러시아적인 색깔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작곡가로서 차이코프스키에게 일대 전환점을 마련해 준 작품은 바로 피아노협주곡 1번입니다. 1874년(34세) 크리스마스 이브에 차이코프스키는 니콜라이 루빈스타인 앞에서 이 작품을 직접 연주해 보이고 피아노 파트에 대한 조언을 구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피아노 파트는 아니더라도 작품 전반에 대해서는 좋은 평을 기대했지만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은 이 작품은 연주가 불가능하다면서 작품 전체에 대해 혹독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이 혹평에 상처를 받아서 이 곡을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에게 헌정하려던 원래의 계획을 바꿔 당시 독일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떨치던 한스 폰 뷜로에게 초연을 의뢰했습니다. 한스 폰 뷜로는 이 곡을 살펴보고 매우 만족해 하면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고 1875년(35세) 10월 미국 보스턴에서 초연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뷜로는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재능을 알아 본 최초의 서유럽 음악가였죠. 뷜로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보스턴 뿐만 아니라 뉴욕 그리고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연주함으로써 차이코프스키의 존재와 그의 작곡 실력을 널리 알렸습니다.

1875년(35세) 차이코프스키는 피아노협주곡 1번을 작곡한 후 많은 걸작들을 써내려갔습니다. 발레음악 백조의 호수, 첼로와 관현악을 위한 로코코 변주곡, 교향곡 4번,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바이올린 협주곡, 이렇게 1870년대 중반부터 후반에 이르는 기간에 수많은 걸작들을 작곡했습니다. 이 시기에 그는 모스크바 음악원의 교수로 학생을 가르치다가 휴가 때가 되면 장기간 서유럽에 머무르면서 작곡 활동을 왕성하게 해 나갔습니다. ------------------------------------ [보충설명] 1875년(35세)에 교향곡 제3번을 작곡했으나 신통치 못했다. 또 그때까지 오페라도 3편 작곡했으나 모두 평판이 나쁘든가, 공연되지 않았다. 그래서 기분 전환을 겸해 유럽 여행길에 나서서 1876년 파리에서 비제의 《카르멘》 공연도 보고 독일 바이로이트에서는 《니벨룽의 반지》초연도 관람했다. 그리고 귀국하여 발레 음악 《백조의 호수》를 완성했다. 볼쇼이 극장 의뢰로 작곡하던 작품인데 이듬해 초연에서는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에겐 말 못할 고민이 있었죠. 바로 자신의 성 정체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가 동성애자였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인데요, 당시의 억압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고 살아가느라 힘들었던 차이코프스키는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을 결혼을 통해 찾으려 했습니다. 1877년 자신을 짝사랑하던 음악원의 제자 안토니아 밀루코바와 결혼을 합니다. 하지만 이 결혼은 차이코프스키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보겠다는 생각에서 행해진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결혼하자마자부터 그는 죽음만이 유일한 탈출구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자신의 결혼 생활을 괴로워했고 결국 두 사람은 결혼 몇 달만에 파경에 이르고 맙니다. ------------------------------ [보충설명] 당시 동성애자로 알려지면 끝장이었다. 그래서 동성애자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위장 결혼을 생각했고 상대방은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마침 모스크바 음악원의 제자인 안토니아 밀루코바(28세)가 차이코프스키를 짝사랑하며 거의 협박조의 편지를 보냈다. "만나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 그리하여 1877년(37세) 7월에 그녀와 결혼했다. 그러나 동성애자인 그는 결혼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아내로부터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국 심한 노이로제에 시달린 결과 자살하려고 호수에 뛰어들기도 하더니 마지막에는 페테르부르크로 도망쳤다. 이렇게 결혼이 몇 달만에 끝장나자 그녀는 이혼 조건으로 1만 루블을 요구한다. 하지만 차이코프스키는 이미 3천 루불의 빚이 있는 상태였으니 도저히 그런 조건을 들어줄 수 없었다. 그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폰 메크 부인이 매년 6천 루블의 연금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당시 음악원 교수 초임 연봉이 600루블)

차이코프스키는 사랑없는 불행한 결혼으로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그에게는 서신 교환을 통해 우정을 나누던 나제츠타 폰 메크(Nadezhda von Meck) 부인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어서 이 힘든 고비를 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에게 폰 메크 부인은 단순한 후원자 그 이상이었지만 결코 연인은 아니었습니다. 폰메크 부인과 차이코프스키는 잘 알려진 것처럼 단 한 번 파티석상에서 잠시 멀리서 얼굴만 스쳤을 뿐 한 번도 만난 적 없이 편지만 교환했습니다. 폰 메크 부인은 철도 사업을 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유산을 물려받았고 직접 사업도 했던 아주 강인한 여성이었는데 음악에는 아주 열광적일 정도로 심취해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연주를 들려 줄 음악가를 고용했는데 클로드 드뷔시는 젊은 시절 한 때 폰 메크 부인의 집에서 피아니스트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차이코프스키가 폰 메크 부인으로부터 연간 6천 루블이라는 거액의 후원금을 처음으로 받았던 것은 형식상 아내인 밀루코바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외국 여행을 생각하고 있을 즈음이었습니다. (스위스로 휴양갈 계획) 폰 메크 부인은 그 후 13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차이코프스키를 연금으로 후원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삶의 어려운 고비를 넘긴 뒤 폰 메크 부인과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두 사람의 편지는 1100통 가까이 된다) 교향곡 4번을 작곡했고 이어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그리고 계속해서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 35도 작곡했습니다.

["낭독"에는 없는 내용 추가] 그는 작곡에 전념하기 위하여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도 사임하고 별장 딸린 전원에서 지내며 작곡에 전념했고 겨울은 유럽, 특히 이탈리아에서 많이 지냈다. . 1878년 : 오페라 《오를레앙의 소녀》 . 1879년 : 피아노협주곡 제2번 . 1880년 : 현악 세레나데 . 1880년 : 이탈리아 카프리치오 . 1880년 : 축전서곡 《1812년》 1881년의 여행중에 니콜라스 루빈스타인이 세상을 떠나자 그 장례식에 참례하기 위하여 귀국했다가 이해부터 다음해에 걸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이라는 피아노 트리오를 작곡하여 스승의 죽음을 추도하기도 했다. 이제 작곡가로서의 지위는 이미 확고해져 러시아의 서유럽파를 대표하고 있었던 반면, 러시아 5인조는 이미 사라지고 있었다. 1882년(42세) 우연히 발라키레프를 만났고 그의 권유로 《만드레드 교향곡》을 쓰기 시작, 1885년(45세)에 완성했다.

짧았지만 너무도 괴로웠던 결혼 생활을 빨리 잊고 싶었던 차이코프스키는 많은 시간을 외국에서 보냈습니다. 외국에 나가지 않을 때는 별장이 있는 전원에서 지내며 작곡 활동에 전념했죠. 그런가 하면 젊은 시절 지휘를 해서 한 번 실패한 이후 전혀 지휘봉을 잡지 않다가 1887년(47세)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지휘 활동도 시작했습니다. 이듬해 (1888년) 그는 지휘자로서는 처음으로 독일을 거쳐 프라하와 런던까지 연주여행을 해서 유럽에서 큰 명성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러시아 정부는 1888년부터 매년 3천 루블씩 연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이 연주 여행에서 돌아온 차이코프스키는 그의 걸작 가운데 하나인 교향곡 5번을 작곡했죠. [다음해 1889년(49세)에] [발레음악 《잠자는 숲속의 미녀》 완성] 1890년에는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과 이탈리아에서의 인상을 담은 현악6중주곡 '플로렌스의 추억'을 완성했는데 같은 해 그는 폰 메크 부인으로부터 후원금을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습니다. * 그녀의 재정 상태가 나빠졌다. 당시 그는 작곡가로서 확고한 위치에 올라 있었고 이미 1888년부터 정부의 연금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인 타격은 거의 없었지만 오랫동안 정신적 기둥이었던 폰 메크 부인과의 교류가 중단된다는 것은 예민한 그를 다시 우울증에 빠지게 했습니다. * 폰 메크 부인의 재정 상태가 열악해졌는데 차이코프스키는 그걸 모르고 있었다 *

1891년, 51살의 차이코프스키는 미국에서 연주회를 가졌고 1892년에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되었습니다. 1893년에는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명예 박사 학위도 받았습니다. (이렇게 차이코프스키는 러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까지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지만 그에게는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1893년 영국에서 돌아온 차이코프스키는 그동안 잦은 연주여행으로 인해 작곡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던 6번 교향곡을 완성합니다. 그는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감이라도 한듯 이 작품을 마지막 교향곡이라고 하면서 한 편지에는 "레퀴엠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썼습니다. 비창이라는 이 교향곡의 표제는 차이코프스키의 동생 모데스트가 제안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또 조카에게 보낸 편지에 6번 교향곡 비창에 대해 이런 내용을 썼습니다. "이 곡의 표제는 모두에게 수수께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그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해도 말이야. 이 표제는 철두철미하게 주관적이야. 머리 속으로 이 곡을 작곡하며 거리를 돌아다니는 동안 나는 자주 쓰라린 눈물을 흘리곤 했단다. 형식으로 보면 이 교향곡은 새로운 많은 것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거다. 무엇보다 종결부가 떠들썩한 알레그로가 아니라 정반대로, 아주 길게 늘어지는 아다지오라는 점이지." * 이처럼 작곡자 자신은 표제를 수수께끼로 남겨두려고 했고 "비창"이라는 제목은 그의 사후에 동생이 붙였다.

교향곡 6번 비창은 완성한 해인 1893년 10월 28일에 초연되었고 차이코프스키는 11월 6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초연 9일 후 자살) 그의 사인은 오랫동안 콜레라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야 그가 스스로 마신 비소 중독 때문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 동성애가 밝혀져 명예자살을 강요받았다고 한다 * 차이코프스키의 극도로 예민한 감수성과 보통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었던 특별한 정체성은 그의 삶을 평생토록 괴롭히다가 결국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바로 모든 이의 마음 속을 깊이 파고 들어 함께 눈물짓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의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제6번 교향곡 초연 후 9일이 지난 11월 6일, 그는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말았는데 쌀뜨물 같은 설사를 하고 숨졌다. 공식적인 사망에 발표에서는 끓이지 않은 물을 마신 바람에 콜레라에 걸려 급사했다고 했다. (동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수도물을 그냥 마셨다) 그러나 몇 가지 이유로 자살설이 나돌았다. - 콜레라가 퍼지고 있는데 수도물을 그냥 마셔? - 전염성이 강한 콜레라에 의해 사망했다면서 장례식 때 그의 이마에 키스하는 것을 허용해? - 쌀뜨물 같은 설사는 독극물 비소 때문 아닌가? 그러나 확실한 것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지난 후인 1978년 러시아 아카데미의 알렉산드라 올로바가 차이코프스키는 자살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축약하면 다음과 같다. - 차이코프스키는 동성연애자였다. 동성애는 종교적으로 죄악이었으며 최대의 파렴치한 행위이며, 신을 모독하는 행위였다. - 그의 동성연애 상대는 스텐본크 툴몰 공작의 조카였다. 뒤늦게 이것을 알게 된 공작이 황제에게 차이코프스키를 고소하는 편지를 썼고 황제는 그것을 검찰청의 니콜라이 볼소비치 야코비에게 전했다. 그는 차이코프스키와 법률학교 동기생이다. - 야코비는 동기생들을 소집해 비밀회의(재판)를 열었고 동기들은 차이코프스키의 명예를 생각하여 그에게 명예자살을 권유했다. 그리하여 차이코프스키는 비소를 마시고 자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