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의 러시아는 당시의 서구에 비해 모든 분야에서 뒤처져 있었다. 음악도 예외는 아니어서 서구의 음악가들이 작곡과 연주를 위해 러시아로 수입되었다. 그러다가 19세기 중엽에 이르러 서구 낭만주의가 퍼져 있던 러시아 음악계는 슬라브 민족의 독창적인 음악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런 국민주의 음악의 선두 주자는 '러시아 국민주의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미하엘 이바노비치 글린카(1804~1857) 였다. (Mikhail Ivanovich Glinka) 그는 1836년에 슬라브 민족의 애국적인 역사 이야기를 소재로, 오페라 「이반 수잔」(황제에게 바친 목숨), 이어 1841년에는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완성하며 러시아 음악의 나갈 길을 제시했다.

이런 민족음악 운동의 결과로 아마추어 그룹의 '러시아 5인조'가 출현했다. . 알렉산드르 보로딘 (화학자, 의사) . 쿠이 (공병장교 출신) . 발라키레프 (음악전공자) .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 (군인 출신) .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 (해군사관학교 출신) 이들 5명은 보로딘이 가장 나이가 많고 림스크코르사코프가 막내이다. 중간의 발라키레프가 유일한 음악전공자이다. . (1833~1887) 보로딘 . (1835~1918) 쿠이 . (1837~1910) 발라키레프 . (1839-1881) 무소르그스키 . (1844-1908) 림스키코르사코프

Modest Petrovich Mussorgsky 무소르그스키는 러시아 프스코프주 출생으로 피아노곡, 교향곡, 오페라, 가곡 등을 러시아의 독특한 음악 방법으로 그려낸 민족주의 작곡가이다. 대표적 작품으로 교향시 '민둥산의 하룻밤',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모음곡 '전람회의 그림' 등이 있다. 그가 태어난 러시아의 카레보 마을 근처에는 끝없이 넓은 초원이 눈앞에 펼쳐지고 근처 호숫가에는 새와 짐승이 몰려드는 짙은 숲이 있었다. 무소르그스키 일가는 1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귀족 집안이며 카레보 일대에 드넓은 토지를 지니고 있었다. 흔히 넉넉한 집안의 자식들이 그러하듯이 무소르그스키도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페테르부르그에서 학교 교육을 받은 뒤, 13세때 근위사관학교에 입학, 이듬해 아버지가 죽자, 그곳을 나와 처음 근무한 곳이 그레오 브라젠스키 기병 연대이며 여기서 군의관으로 있던 보로딘과 만났다. (1856년, 무소르그스키 17세, 보로딘 23세) 보로딘은 무소르그스키의 피아노 연주에 매료되었다. 이듬해 동료 장교로부터 다르고뮈지스키를 소개 받았고 이어 다르고뮈지스키의 서클 모임에 나가 공병 장교인 세자르 퀴(큐이)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이들을 통해 발라키레프와도 사귀었다. (1857년 당시 무소르그스키 18세, 발라키레프 20세, 퀴 22세, 보로딘 24세) (4년 후 1861년에 17세의 림스키코르사코프 합류) 무소르그스키는 발라키레프에게 본격적인 작곡을 배우면서 음악에 대한 의식을 뚜렷이 갖게 되었다. 그리고 1860년 21세때, 다른 곳으로 전근 명령을 받았는데 그곳에서는 음악 생활을 계속할 수 없었다. 그래서 군대를 떠나 음악에 전념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음해 알렉산드로 2세의 선포로 농노제가 폐지되어 대지주 무소르그스키 일가는 큰 타격을 받았고 무소르그스키도 일자리를 찾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체신성의 기술부에 취직했다. 얼마 후 1865년(26세) 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그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버렸고 슬픔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 결과 본래 허약하던 몸을 더욱 해치게 되었다. 그 뒤 형의 집에 얹혀 살다가 글린카의 여동생(류드밀라 세스코바) 도움으로 간신히 건강을 회복했다. 이 무렵에 교향시 「민둥산의 하룻밤」(1867)을 작곡했다. 그는 알콜 중독과 가난, 병으로 비참한 생활을 보냈다. 이런 그에게 따뜻한 이해의 손길을 베풀어 준 친구는 빅토르 하르트만이었다. 무소르그스키보다 5살 많은 하르트만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후에 건축가, 화가로 활약한 유능한 예술가였으나 1873년 여름 3세의 나이에 심장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둘이 사귄 기간은 불과 4년 정도였지만 하르트만은 무소르그스키의 음악과 인간성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애정을 베풀어 준 친구였다. 그래서 슬픔이 더 컸다. 이듬해 친구들은 하르트만의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고 무소르그스키는 그 전시회의 그림을 소재로 '전람회의 그림'을 작곡하였다. 무소르그스키는 이렇게 관리 생활을 하며 음악 활동을 했지만 결국 알콜 중독 등으로 42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우리에게 "왕벌의 비행"으로 친숙한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러시아 5인조의 막내이다. 그는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서,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였으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 해군 학교에 들어갔고, 러시아 해군에 입대했다. 그가 음악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밀리 발라키레프의 음악 클럽과 사귀고 나서였다. (1861년 당시 보로딘 28, 퀴 26, 발라키레프 24, 무소르그스키 22, 림스키코르사코프 17세) 발라키레프는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육지에 있는 동안 음악을 가르쳤다. 이런 인연으로 나중에 러시아 5인조의 한 사람이 되었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해군에 있는 동안 러시아인으로서는 최초로 교향곡을 써서, 이를 귀국하여 연주하였고, 교향시와 오페라 작업도 했다. 그는 1871년(27세)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관현악법과 작곡 교수가 되었다. 그의 제자 중에는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이고리 스트라빈스키 등이 있다. 1881년(37세), 무소르그스키가 42세로 세상을 떠나자 림스키코르사코프가 그의 작품을 출판·정리했다.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은 림스키코르사코프가 편곡한 작품이 원곡보다 더 널리 연주된다. 1905년(61세)에는 정치적 관점이 학교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직당했다. 이에 반발해 동료들이 사임함에 따라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복직되었다. 하지만 협심증을 앓다가 1908년에 64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러시아 교회 음악과 민요 등을 베를리오즈식의 화성과 명쾌한 관현악법으로 처리, '근대 러시아 음악파'에 큰 영향을 끼쳤다. - 작품 목록 교향곡 《교향곡 1번》 《교향곡 2번 '안타르'》 《교향곡 3번》 관현악곡 《세헤라자데》 《스페인 기상곡》 《서곡 러시아 부활제》 오페라 《금계》 《술탄 황제의 이야기》

밀리 알렉세예비치 발라키레프는 러시아 5인조의 지도자였다. (그의 작품 중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곡은 없다) 그는 러시아 국민악파의 지도자로서 러시아 음악사상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소년시절부터 음악적 재능을 발휘하여 피아노를 배웠다. 그는 집에서 얼리는 음악회에서 관현악 지휘를 시작하였다. 카잔 대학의 수학과에서 2년간 배운 뒤 1855년(18세)에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겨, 거기서 글린카(당시 51세)와 알게 되었다. 그 무렵 큐이(1856), 무소르그스키(1857)도 알게 되었다. 발라키레프는 정력적이며 비상한 권위에 찼고, 박학다식하고 날카로운 비판력을 지녀서 주위의 유능한 젊은 작곡가를 끌어들였다. 그가 이끄는 집단은 '새 러시아 악파', '마그차야 쿠치카'(힘찬 친구들)로 불렀다. 그들의 슬로건은 '표현의 진실과 음악에 있어서의 국민성'이었다. 1862년 (25세) 로마킨과 함께 무료음악학교를 열고, 안톤 루빈스타인의 음악원에 대항하였다. 1867년(30세), 프라하로 가서 글린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지휘하였고, 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 음악협회 연주회의 지휘자가 되었다. 그렇게 왕성하게 활동하던 중에 1874 ~ 1881년 (37세~44세) 위기에 빠졌다. 음악학교의 재정적 파산과 음악을 둘러싼 반대자와의 투쟁에 지쳐 음악계로부터 멀어졌다. '힘찬 친구들'도 어느덧 흩어져 버렸다. 그 뒤, 재차 적극적으로 음악활동을 개시하였지만 이전과 같은 조직적인 활동은 아니었다. 1883 ~ 1894 (39세~50세) 동안 궁정 성가대의 악장을 지냈고 1894년(50세)부터는 창작에 몰두함으로써 오래된 작품을 다시 고쳐 만들고 새로운 곡을 썼다. 그래서 사망(73세) 때까지 만년의 생활은 이미 커다란 역사적 업적을 끝낸 뒤라서 조용한 여정이었다. 주요 작품은 《세 개의 러시아적 주제에 의한 서곡》(1858), 《리어왕》 음악(1858-1861), 서곡 《1천년》(1862) → 나중에 《루시》 교향시 《타마라》(1867), 피아노곡 《이슬라메이》환상곡 (1869) 등.

알렉산트로 보로딘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과대학 화학 교수였고 작곡가, 화학자, 의학, 피아니스트였다. 그는 러시아 5인조의 일원(맏형)으로 러시아 국민악파 음악에 큰 업적을 남겼다. 그는 1833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조지아 출신의 러시아 귀족인 아버지와 유럽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어머니가 정식 아내가 아니었다. 쉽게 말해서 혼외자(사생아)로 태어났다. 이 때문에 아버지의 농노의 아들로 입적한 후, 어머니 밑에서 자란다. 그러니 '보로딘'이란 성은 아버지의 성이 아니라 농노의 성이다. 어쨌든 어머니 밑에서 비교적 유복하게 자랐고, 9살 때부터 피아노, 플루트, 첼로 등의 악기를 배우며 9세에 폴카를 작곡, 13세에는 플루트 협주곡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전공을 화학으로 선택하여 상트 페테르부르크 의과대학에서 화학과 의학을 전공한 후 1859년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으로 유학 갔는데 그 곳에서 요양 중이던 여인을 만나고 나중에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아내는 병약한 탓에 보로딘은 평생 아내를 간병했다.) 이후 모교의 화학과 교수로 재직하였는데, 알데하이드 연구를 하였다고 한다. 교수로 재직하던 중에 발라키레프를 알게 되어 작곡을 배우고, 교수 일과 아내 간병으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작곡에 힘쓴다. 그리고 러시아 5인조에 가입해 러시아 국민음악의 창조에 전력을 다하고, 여성해방운동에도 관여해 러시아 최초의 여자의학교 설립에 노력하였다. 그리고 1869년, 36세에 드디어 교향곡 1번을 초연하여 호평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작곡가로서의 인생을 시작하고, 그리고 교향곡 2번과 오페라 '이고르 공'에 착수하지만 자신의 화학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바람에 작곡을 중단, 늦어지게 된다. 이후 논문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면서 다시 작곡활동을 시작, 교향곡 제2번을 완성한다. 이 곡은 그의 대표작으로서 프란츠 리스트에게 격찬을 받고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된다. 이후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가 다시 귀국하여 현악 사중주 1번, 교향시 <중앙아시아의 초원에서>를 작곡한다. 이후 계속해서 오페라 <이고르 공>, 현악 사중주 2번, 교향곡 3번의 작곡에 힘쓰지만, 워낙 바쁘다 보니 작곡이 늦어졌다. 결국 오페라 <이고르 공>과 교향곡 3번은 미처 완성하지 못한 채, 1887년 (54세) 어느 무도회에 참석했다가 심장발작(과로사)로 숨을 거둔다. 보로딘의 곡들은 러시아 특유의 큰 스케일이 잘 드러나는데 특히 교향곡 2번을 듣고 있으면 유라시아 대륙의 기상이 느껴진다.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바인가르트너가 "러시아를 알고 싶다면 차이콥스키 비창교향곡과 보로딘 교향곡 2번을 들어보라" 는 말을 했을 정도이다. 러시아 5인조에서 무소로그스키가 피아노곡에 충실하고 림스키-코르사코프가 관현악곡에 충실했다면, 보로딘은 실내악곡에 중점을 두었다. 그래서 현악 4중주 1, 2번과 피아노 5중주, 6중주 등 수준급의 실내악 작품들을 남겼다. 그의 주요 작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관현악곡 교향곡 1번 E플랫장조 교향곡 2번 B단조 교향곡 3번 A단조[3] (미완성) 교향적 스케치 '중앙아시아의 초원에서'[4] - 피아노곡 작은 모음곡 스케르초 A플랫 장조 헬레네 폴카 D단조(9살 때 작곡) 젓가락 행진곡의 변형적 표현 - 실내악곡 현악 사중주 1번 A장조 현악 사중주 2번 D장조 ('녹턴'이 유명하다) 피아노 5중주 C단조 피아노 3중주 D장조 현악 6중주 D단조 - 오페라 이고르 공 (미완성, '폴로베츠인의 춤'이 유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