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년경 이탈리아 피렌체의 지식인 그룹 '카메라타'가 오페라를 처음 만들었을 때 그 목표는 그리스 비극에 음악적 요소를 보강하여 드라마와 음악이 균형을 이룬,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페라가 대중화되면서 그 모양새가 다르게 나타나는데 고난도의 아리아가 오페라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그 결과 노래가 우선이요, 드라마는 겉치장에 그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제 이탈리아 오페라는 중요한 장면마다 박수를 치는 것이 예의가 되었다. (노래를 듣기 위한 오페라이므로 가수들이 각광받아야 한다) 이런 이탈리아 오페라의 특징이 전형적으로 구현된 것이 19세기 전반의 '벨칸토 오페라'이며 대표적인 작곡가들로는 . 조아키노 로시니(1792~1868), . 빈첸초 벨리니(1801~1835), . 가에타노 도니체티(1797~1848) 등이다. 벨칸토 오페라는 이탈리아식 자신감의 결정체다. "아름다운 선율과 명가수의 가창력만으로 모든 오페라를 해결할 수 있다" 이 틀을 계승한 주세페 베르디(1813~1901)는 무려 50년간이나 이탈리아 오페라의 상징이었는데, 노래 중심의 전통을 버리지 않으면서 약점인 극적 불균형과 통속성을 보완해 나갔다. (그러나 베르디와 동갑내기인 독일의 바그너는 진정한 종합예술로서 음악극을 표방하면서 이탈리아와 독일 오페라의 차이가 분명해진다. 특히 바그너의 경우 일단 막이 오르면 그 막이 내릴 때까지 오케스트라 연주를 멈추지 않게 했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친다면 드라마의 연속성이 끊어지기 때문에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이탈리아에서는 베르디 그림자가 너무 거대했기에 동시대의 다른 작곡가들은 큰 빛을 보지 못했다. 베르디가 고령에 접어든 189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다음 세대가 눈에 띄게 되는데, 그 선두 주자가 자코모 푸치니(1858~1924)였다. (참고 : 음악칼럼리스트 유형종 씨의 글)

자코모 푸치니. 그는 이탈리아 오페라 역사에서 베르디 다음으로 중요한 작곡가다. 푸치니는 1858년 12월 22일, 중앙 이탈리아의 상업 도시 루카에서 태어났다. (이 때 베르디의 나이는 35세로서 푸치니는 베르디의 딱 한 세대 후배이다) 그의 집안은 조상 때부터 음악을 직업으로 했다. 그러나 5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푸치니는 가난한 생활을 계속하였고, 특별한 음악적 재능을 보인 일도 없었으며 학교 성적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집안의 유일한 남자로서 어머니와 여자 형제들 틈에서 자라게 되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가업을 잇게 하기 위해 푸치니 나이 10살 되던 해에 아버지의 제자였던 안젤로에게 음악 과외공부를 받게 하고 교회의 소년합창단에도 가입시켰다. 16세 무렵부터 작곡에 흥미를 나타내고 오르간 콩쿨에서 1등상을 탄 덕분에 결혼식이나 파티장에서 피아노를 치는 아르바이트도 했다. 신바람이 난 푸치니는 음악공부를 하면서 작곡을 시작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신작 현상 공모에서는 매번 낙선했다. 낙심한 채 다른 직업을 알아보려는 순간에 낙선된 모테트 작품 중 하나가 성 바오로 교회에서 노래로 불려졌고, 아주 인기가 좋아서, 거리에서 격려를 받고 술집에서는 공짜 술을 몇 잔 얻어 먹었으며, 신문에서도 호평을 받게 된다. (푸치니는 어릴 때부터 골초여서 교회 오르간에 붙어있는 파이프를 떼어내 전당포에 맡기고 담배를 사기도 했다. 그리고 나중에 결국 후두암으로 죽는다.)

그러다가 과외 선생이던 안젤로에게서 베르디가 위대하다는 소리를 들은 후, 1876년(18세)에 베르디의 <아이다>를 보고 감격하여 오페라 작곡가가 될 것을 결심하게 되었다. 당장 교회의 오르간 연주자 자리를 그만두고 밀라노로 유학을 가겠다고 어머니에게 선언했다. 당시의 이탈리아에서는 오페라로 입신하려면 밀라노에서의 공부가 필요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큰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고, 두 사람은 왕실 장학금을 따내 1880년 22세 때 밀라노 음악 학교에 입학시켰다. 그곳에서 폰키 엘리와 바치니에게서 지도받았다. 당시의 편지 등으로 추측하면 이 시대 그의 생활은 자유 분방해서 작곡 학생 동료였던 마스카니와 하숙했던 것 같다. 이때의 경험이 훗날 오페라 라보엠에 아주 실감나게 묘사된다. (라보엠 : 1896년 완성)

그의 작곡 실력이 뛰어나 밀라노 음악원에서 공부하던 시절에는 교수들은 그에게 교향악을 작곡하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푸치니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이탈리아 사람이 무슨 교향악입니까? 나는 최고의 오페라 작고가가 되렵니다." 재학중에도 스승 폰키엘리의 권유로 1막 오페라 <빌리>를 써서 손쵸노 출판사의 콩쿠르에 제출했지만 아예 무시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어느 예술 애호가의 파티에서 푸치니가 그 일부를 연주했는데 출판사의 사장 줄리오 리코르디 등이 주목했고 1883년에 밀라노음악원을 졸업한 뒤, 다음 해 1884년 5월, 밀라노에서 상연하게 되었다. 결과는 대성공적이어서 리코르디는 다음 작품을 위촉했다.

그래서 만든 두 번째 오페라가 《에드가르(Edgar)》인데 이 작품을 쓰는 중에 여러 사건을 겪는다. (어느 식품 도매업자 아내였던 엘비라가 취미 삼아 푸치니에게 음악을 배우다가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녀는 이미 아이가 둘이나 있는 유부녀였다. 그런데 그녀는 푸치니의 아이를 임신하자 막무가내로 푸치니 집으로 쳐들어와 주저앉았다. 이 일로 푸치니와 어머니 사이가 멀어지고 얼마 지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5년만에 완성한 《에드가르》는 1889년(31세) 초연 때 완전 실패로 끝났다. (결국 3회 공연으로 중단) 그러나 선경지명이 있었던 리코르디는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푸치니에게 계속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푸치니와 엘비라는 루카로부터 밀나노까지 사랑의 도피행을 하고, 오랫동안 동거한 후 그녀의 남편이 죽은 후인 1904년에 결혼했다.)

푸치니는 바그너의 오페를 보러 바이로이트에 갔다가 오페라 《마농 레스코》를 구상하는데 아베 프레보가 쓴 18세기 소설이 기반이다. * 프랑스의 마스네도 이 소설을 바탕으로 오페라 《마농 Manon》을 작곡했다. 푸치니는 이 오페라를 작곡하면서부터 오페라의 주제를 신중하게 선택하게 되었고 대본작업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리하여 1893년(35세), 드디어 《마농 레스코》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푸치니는 비약적으로 진보하게 된다. 이 성공이 의미 있는 이유는 당시 오페라 시장은 걸작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1890년) .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1892년 초연) . 베르디의 최후의 대작 《팔스타프》(1893년) 따라서 웬만한 명작이 아니면 관심 끌기 어려웠다. 게다가 대본 마무리가 늦어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결과는 좋아서 드디어 이름을 날리게 된다. 그 결과 수입도 안정되고, 리코르디에게 진 빚을 갚는가 하면 틸레니아 해 연안에 별장을 사고 밀라노에서 아파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3년 후 1896년(38세)에는 가난한 예술가 지망생들을 그린 《라 보엠》이 토스카니니 지휘의 초연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보엠"은 보헤미안 기질이라는 뜻으로, 세속 풍습에 구애됨이 없이 자유롭게 지내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 오페라의 원작은 프랑스 시인 뮈르제(Murger)의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 La vie de Boheme》이며 오페라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830년 경 빠리가 배경이며, 4명의 가난한 예술가가 아파트 다락방에서 살고 있다. 그 중 한 사람인 시인 로돌포(Rodolfo)와 아래층에 사는 가난하고 병약한 여인 미미(Mimi)의 덧없고 간절한 사랑 이야기이다. 크리스머스 이브에 만난 두 사람은 한 동안 사랑으로 충만한 나날을 보내지만 미미의 폐병이 악화되어도 병원에 갈 처지가 못 된다. 로돌포는 자신의 무력함에 답답해하고, 미미는 그런 그를 안타까워한다. 드디어 미미는 헤어지자고 애달프게 호소하고 떠난다. 그러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 깨달은 그녀는 로돌포 곁에서 죽겠다면서 친구 무제타의 도움을 얻어 만나러 온다. 죽기 30분 전이었다. 그리고 4명의 예술가들과 인사를 나누고 평화롭게 눈을 감는다. 이 작품은 가난했던 밀라노 유학시절의 경험이 깔려 있어서 서민에 대한 따뜻한 마음가짐을 잘 보여 주었다. 물론 혹평도 없지 않았지만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1900년(42세)에는 《토스카》를 발표했는데 푸치니가 이 오페라를 쓰기로 결심한 동기는 1890년 경 밀라노에서 본 연극 《토스카》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이 오페라에 많은 노력을 들였는데 대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798년, 프랑스 나폴레옹 군대는 로마를 점령하여 공화국으로 선포하고 안젤로티라는 인물을 공화국 집정관으로 임명한다. 그러나 나폴레옹에 밀려 쫓겨갔던 왕은 다시 군대를 조직해서 이 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집정관이었던 안젤로티는 감옥에 갇힌다. 이후 이탈리아의 혁명파 세력은 지하로 은둔해 왕당파와 투쟁하는데 이 시기인 1800년 6월의 로마가 오페라의 배경이다. 물론 내용은 주인공들의 삼각관계 드라마일 뿐이다. 나머지 얘기를 들러리다. 왕당파의 앞잡이로서 경찰서장인 스카르피아는 주요 행사 때마다 무대에 서는 오페라 가수 토스카에 반해 어떻게든 그녀를 차지하려고 기회를 엿본다. 그러나 토스카는 혁명파 화가인 카바라도시를 사랑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스카르피아는 두 사람을 이간시켜 토스카를 차지할 계략을 꾸민다. 토스카는 간교한 스카르피아의 덫에 걸려 카바라도시가 바람 피운 것으로 잠시 의심하고, 카바라도시는 탈옥한 동지(집정관 안젤로티)를 숨긴 혐의로 스카르피아 집무실에서 모진 고문을 당한다. 토스가는 연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뇌물 좋아하는 스카르피아에게 돈을 제시하지만, 스카르피아는 토스카의 몸을 요구한다. 갈등하던 토스카는 그 요구를 받아들이고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시를 거짓 처형하겠다며 실탄 대신 공포탄으로 처형 흉내만 내자고 했다. 그래서 토스카는 애인과 자신의 통행증까지 확보한 다음 식탁에 있던 칼로 스카르피아를 찔러 죽인다. 그런데 정작 다음날, 처형장 (엔젤로 성채 옥상)에서는 공포탄이 아닌 실탄으로 집행했고 결국 카바라도시는 죽고 말았다. 교활한 스카르피아의 농간이었다. 애인의 시신을 안고 울고 있는 토스카 앞에 스카르피아의 암살을 발견한 부하들이 그녀를 체포하러 오고 토스카는 성벽에서 강물로 몸을 던진다. 1900년 1월 14일 로마에서 초연될 당시 관중으로부터는 환영을 받았으나, 서정적인 음악을 기대하고 있었던 비평가들은 줄거리가 너무 생생하고 음산하여 호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푸치니는 이 오페라에서 20세기 음악에 접근한 현대적 음악세계를 펼쳐보였는데 각 등장인물에게 바그너의 음악극에서처럼 라이트모티프(Leitmotiv 시도동기)를 설정했다. 토스카, 카바라도시, 스카르피아 뿐만 아니라 조역인 안젤로티 또는 성당지기까지도 자신을 나타내는 음악적 모티프를 설정했는데 비평가들에게는 약간 충격이었을 것이다.

《토스카》를 발표한 그 해(1900년) 여름 푸치니는 런던에 갔다가 다비드 벨라스코의 연극 《나비부인》을 보고 크게 감명 받았다. 그래서 이것을 오페라로 만들 결심을 하고서 거의 3년에 걸쳐 완성했다. <나비부인의 줄거리> 1895년 무렵, 일본 명치시대, 큐슈의 나가사키. 일본의 나가사끼 항구에 미국 군함이 들어온다. 해군 장교 핑커톤이 15세의 일본 기생 쵸쵸상을 만난다. (일본어로 "쵸오"는 나비, "~상"은 ~님) 그녀는 무사(武士)의 딸이지만 아버지가 죽어 생계가 어렵게 되자 게이샤(藝者=일본 기생)가 되었다. 쵸쵸상(나비부인)과 핑커톤은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결혼하여 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신혼집을 차린다. 얼마 뒤 핑커톤은 본국으로 돌아가 미국 여성 케이트와 정식 결혼한다. 결국 일본의 초초는 현지처에 불과했건만 순진한 그녀는 핑커톤을 남편이라 믿으며 아들까지 낳은 채 그가 돌아오기만 기다린다. 하지만 3년 후, 핑커톤은 미국인 아내 케이트와 돌아오고 절망한 나비부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핑커톤은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을 뉘우친다. 드디어 1904년(46세) 1월 17일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했으나 대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낯선 일본 풍경, 현대적 의상을 입은 미국인의 모습에 보수적인 밀라노 사람들이 불쾌하게 반응했고 청중들은 휘파람을 불며 조롱했다. 결국 첫날 밤 공연으로 끝내야 했다. 푸치니는 오페라 내용과 의상 등을 약간 수정하여 3개월 후 브레시아에서 상연, 대성공을 거두었고 다음해 런던 공연 때는 더욱 큰 성공을 거두었다.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의 공통점은 . 남녀간의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 . 여주인공 중심, . 비극적인 결말을 담고 있다. 이들 오페라의 주역은 대부분 서민이며, 게다가 여주인공은 청중의 동정을 끌기 쉽도록 불행을 겪게 했다. 또한 이런 비극의 여주인공들에게 서정적·감상적인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게 하여 더욱 청중들의 인기를 끌게 하였다.

1904년(46세), 엘비라와 푸치니는 마침내 정식으로 결혼했다. 푸치니 부부는 1907년 처음으로 미국에 건너가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열린 "푸치니 축제'에 참석했다. 그는 이 여행중 베르스코의 극 《황금의 서부 아가씨》를 보고 귀국하여 이것을 오페라로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해에 엘비라가 느닷없이 사건을 일으켰다. 근처 마을 출신의 16세의 어린 도리아 만프레디가 여러 해 동안 푸치니의 집에서 하녀로 일해왔는데 엘비라는 푸치니가 이 소녀와 바람 피웠다고 의심, 도리아를 집에서 내쫓았고 또 죽이겠다고 위협하기까지 했다. 결국 하녀는 분한 마음에 음독자살했고 그녀 부모의 의뢰로 의사가 시신을 부검한 결과 처녀였음이 드러났다. 그러자 그녀의 부모는 학대와 중상모략을 한 죄로 엘비라를 고발하여 당시 유명한 스캔들 중의 하나가 되었다. 엘비라는 징역 5개월과 벌금 700리라를 물게 되었으나 변호사의 협상을 통해 푸치니가 도리아의 부모에게 배상금을 지불했고 그들은 고소를 취하했다. 푸치니는 이 사건을 계기로 완전한 행동 자유를 갈망하게 되었다. (푸치니는 이름이 나고 돈이 생긴 이후 그 때부터 자동차, 요트, 도박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 여자관계도 결혼과 무관하게 자유로운 연애를 즐겼는데 푸치니의 애인으로 유명했던 여자로는 뉴욕 공연 때 마농 레스코를 맡았던 리나 카발리에리도 있고, 자기 남편보다도 푸치니를 더 사랑한 영국 여자 시빌 셀리그만 등이 있다. 또 푸치니가 1912년에 파르지팔의 공연을 보기 위해 바이로이트에 들렀을 때 바그너의 미망인 코지마의 저녁초대를 정중히 거절하는데 이유는 아내가 아닌 여인과 동행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 서부의 아가씨 1910년(52세) 12월 10일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서부의 아가씨》를 초연했으나 앞의 세 작품 만큼의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 라 론디네 (제비) 빈의 카를 극장의 위촉으로 쓴 희가극풍의 오페라 《라 론디네 La rondine - 제비》는 빈 초연을 앞두고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는 바람에 1917년 모나코의 몬테카를로에서 초연되었다. 그렇지만 별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이 작품도 비련의 여주인공의 사랑과 생활을 다루고 있는데 주인공은 부유한 은행가 람발도의 애첩이다. 그러면서도 진정한 사랑을 구하고자 한다. 그래서 제비처럼 남쪽나라로 찾아가지만 결국에는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다음 오페라는 제목 자체가 《3부작》인데 각각 단막극으로 된 오페라를 3개 연결한 것이며 각 단막극의 내용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 . 제1편 <외투> : 정욕을 다룬 멜로 드라마. . 제2편 <수녀 안젤리카> : 종교적 감상적 비극 . 제3편 <쟌니 스키키> : 금전욕을 풍자한 희극 이 작품을 1918년(60세) 뉴욕에서 초연했으나 역시 그리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다만 풍자 희극 <쟌니 스키키>는 반응이 좋았다. 그 풍자 오페라의 줄거리는 이렇다. 돈많은 부호 브오조 도나티가 죽었다. 가족과 친척들이 거짓 눈물을 흘리면서 열심히 유서를 찾고 있다. 유산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궁금해서다. 온 집안을 뒤져 한참 소동을 벌인 뒤에 일단 유서를 발견하기는 했으나, "모든 유산을 수도원에 기증한다"고 적혀 있다. 실망한 그들은 공증인이 알기 전에 내용을 변경시킬 방법을 모색하고 결국 머리 좋은 쟌니 스키키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들 친척 중의 한 청년이 스키키의 딸과 사귀고 있는데 가족들은 둘의 결혼을 반대하고 있었다. 스키키가 가난뱅이라는 이유였다.) 쟌니 스키키의 방법은 기상천외하다. "죽은 브오조 대신 내가 침대에 누워서 그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공증인에게 거짓 유언을 옮겨 적게 하면 된다" 드디어 공증인을 불러오고 유언을 하는데 사소한 재산은 친척들에게 골고루 나눠 주지만 값 비싼 3가지(노새, 저택 등)는 자기가 차지하도록 유언한다. "나와 가장 친한 쟌니 스키끼에게 양도한다" 친척들은 화가 나도 어쩔 수 없다. 유언 조작이 들통나면 손목이 잘리는 벌을 받고 추방되기 때문이다. 재산 분배가 끝나고, 스키키가 청중들에게 연설한다. "이보다 더 좋은 분배 방법이 있습니까? 그리고 스키키는 지옥에 갔습니다. 여러분이 쾨테 선생에게 잘 부탁해 주세요...."

이렇게 계속하여 호응이 뜨뜻미지근하자 1920년에(62세)는 새로운 오페라 《투란도트》를 결심했다. * 투란 : 중앙아시아의 지역 이름 * 도트 : 딸 * 두란도트 : 투란의 딸 그해 여름부터 두 명의 대본작가들과 함께 대본 초안 작업에 들어갔다. 문제는 내용이었다. 《투란도트》의 내용은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이다. 푸치니는 이런 내용을 다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강력한 전환점이 필요했는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열정과 집착을 보이며 자기 스스로와 대본작가들을 닥달했다. 더구나 그는 가혹할 정도로 완벽성을 추구했기 때문에 겨우 1년 남짓만에야 제1막 작곡을 완성했다. 그리고는 더 이상 작업이 진척되지 않았다. 특히 '전설 속의 중국'이라는 몽환적인 내용은 자신의 이전 작품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에 회의가 들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어려움과 고민 속의 투쟁적인 노력으로 1923년 6월이 되어서야 간신히 제2막을 완성했다. 그런데 마지막 제3막 피날레애서 또 다시 문제가 생겼다. 도저히 예술적 영감이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푸치니가 남긴 수많은 메모와 스케치, 대본작가와 친구들에게 보낸 여러 편지를 보면 그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 수 있다. (천성적으로 비극작가였던 그로서는 오페라의 마지막을 사랑의 승리로 끝낸다는 것 자체가 그리 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미 그의 건강은 악화되어 후두부 아래에서 악성 종양이 발견되었고, 브뤼셀에서의 후두암 수술을 했으나 얼마 후 1924년(66세) 11월 29일 거기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는 평소 늘 담배를 물고 있는 골초였다는데 그것이 인두암의 결정적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푸치니가 사망하자, 《투란도트》의 저작권자인 리코르디와 푸치니의 둘도 없는 예술적 동지 토스카니니는 당시 토리노 음악원 원장이던 프랑코 알파노에게 오페라의 피날레 작곡을 의뢰했다. 알파노는 푸치니가 남긴 23쪽 분량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앞 장면 내용을 활용해가며 마무리지었고, 1926년 4월 25일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지휘는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맡았다. 이 공연에서 토스카니니는 푸치니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푸치니가 작곡한 제3막 '류의 죽음'까지 지휘하고, 지휘봉을 내려놓고 관객에게 돌아서서 "마에스트로가 작곡한 것은 이 부분까지입니다" 라고 이야기했다.

푸치니는 여성 심리묘사의 천재였는데 다양한 여성 편력에서 얻은 것일 수도 있다. 처음에는 친구의 아내였던 엘비라와 눈이 맞아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였고, 그녀의 남편이 이혼을 해주지 않자 십 수 년을 기다려 1904년에야 결혼했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 후에도 끊임없는 염문 속에서 지냈고 엘비라 앞에서도 당당하게 말했다. "예술가라면 모름지기 여자를 알아야 한다." 아내가 심하게 감시하자 음악 공부하는 소년에게 돈을 주고 피아노를 연주하도록 하여 자신이 집에 있는 것처럼 속이고는 유유히 빠져나와 밀회를 즐기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과정에서 엘비라가 하녀를 의심하여 닦달하는 바람에 하녀가 자살하는 비극적인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에도 엘비라의 의심은 그치지 않았고 오히려 불륜을 고백하라며 푸치니를 다그쳤다. 아내의 끊없는 불신의 원인은 푸치니의 바람기 때문이었다. 그는 교묘하게 아내를 피해 숱한 여성들과 염문을 뿌렸는데 특히 연약하고 섬세한 여자들을 좋아했다. 그의 오페라에 등장하는 여인들도 부드럽고 자기 희생적이다. 오페라 《라보엠》 주인공 미미는 운명에 순응하는 여인이며, 오페라 《투란도트》의 시녀 류는 칼라프 왕자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자결한다. (원작에도 없는 부분을 푸치니가 끼워 넣었다) 푸치니가 가장 좋아하는 여성상은 오페라 《나비부인》의 초초였다고 한다. (자신의 요트 이름도 "초초상"이라 이름 붙였다.) 초초는 한 남자만 사랑한 `순정의 화신`이다. 미군 장교 핑커톤은 심심풀이로 초초와 결혼한 후 미국으로 가버린다. 그녀는 그의 아들까지 낳고 한없이 기다리는데 초초가 부르는 아리아 `어떤 개인 날`은 그런 남편을 기다리는 애절한 노래이다. "두려움일랑 맘 속에 가둬놓고,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그를 기다릴 거야" 그렇게 버림받지만 결국 원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결하고 만다. 푸치니의 아내 엘비라와는 정반대이다. 푸치니는 스스로를 "매력적인 여성을 쫓는 사냥꾼이다."라 했다는데 그의 여성 편력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 이런 편력 때문인지 그의 오페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모두 가녀린 여인들이며 푸치니는 그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에 천재였다. * 푸치니 오페라 리스트 1884년 빌리 1889년 에드가르 1893년 마농 레스코 1896년 라 보엠 1900년 토스카 1904년 나비 부인 1910년 서부의 아가씨 1917년 제비 1918년 일트리코 (3부작) 1924년 투란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