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노레와 피델리오 베토벤은 1803년(33세) 4월 극장(Theater an der Wien) 음악감독인 쉬카네더(Emanuel Schikaneder)의 청탁으로 처음으로 오페라 작곡을 시도하게 되는데, 그 해 말까지 겨우 2개의 노래만 작곡했다. 그래서 도중에 그만두고 말았다. 그런데 이듬해 어느 날 같은 극장의 브라운(Peter von Braun)감독이 다른 오페라를 청탁해 왔다. 제목은 "Leonore, ou L'amour conjugal" (레오노레, 부인의 사랑)". 이 오페라의 내용은 프랑스의 투르 지방에서 있었던 사건을 소재로 한 것으로서 이미 1798년부터 연극으로 공연되고 있었다. (오페라 내용) 18세기 스페인의 세빌리아. 스페인의 귀족 플로레스탄은 형무소장 피자로와 정치적 라이벌인데 피자로의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감옥의 지하실에 투옥되어 굶어죽을 신세가 된다. 이 소식을 들은 아내 "레오노레"는 남편인 플로레스탄을 구하기 위하여 남장을 하고 이름을 "피델리오"라 하여 감옥 간수장의 조수로 들어가서 남편을 구해낸다. '피델리오 (Fidelio)'라는 말에는 '지조있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 (영어로 Fidelity가 충실하다는 뜻이며 배우자에게 충실하다는 뜻도 포함된다) 이처럼 이 오페라의 주제는 여인의 헌신, 절개와 애정이다. 베토벤은 여성의 충실한 애정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 여겼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의 내용에 큰 감명을 받아 오페라로 작곡하였다고 한다. 1805년 여름에 작곡을 완성했지만 검열 문제로 시간이 지체되어 11월에서야 공연 날짜를 잡았다. (초연 예정일 : 1805년 11월 20일) 베토벤은 원작대로 "레오노레(Leonore)"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극장 측 주장에 따라 "피델리오"로 바뀌었다. "Fidelio oder die eheliche Liebe" (피델리오, 부인의 사랑) 그런데 이미 나폴레옹 군대가 오스트리아로 진격해서 10월 말에는 잘츠부르크에 입성했고 오페라 초연 1주일 전 (11월 13일)에는 나폴레옹 군대 1만 5천명이 빈에 입성했다. 군중들은 나폴레옹 군대를 보려고 몰려들었고 일상생활은 거의 중지되었다. 당연히 오페라 연습도 중지되었다. 11월 20일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열린 오페라 공연, 이미 많은 귀족들과 부자들은 피난을 떠난 처지였으므로 공연을 보러온 청중이라고는 몇몇 친구들과 애호가를 제외하면 독일어도 잘 모르고 음악도 잘 모르는 프랑스 장교가 대부분. 그들은 경쾌한 음악을 기대했겠지만 3막짜리 지루한 오페라가 나오니 실망했을 것이다. 그러니 별로 좋은 평을 얻기는 어려웠다. 결국 다음날 공연 때에는 객석이 텅 비다시피 했다. 그렇게 세번째 공연이 끝나자 화가 난 베토벤은 공연을 중지시키고 말았다. 그러자 친구들과 후원자들이 충고했다. "내용이 너무 장황하니 좀 줄이고 노래하기 어려운 부분도 대폭 수정하자." (연습 때부터 가수들이 노래 부르기 어렵다고 불평했다.) 우여곡절 끝에 베토벤이 이 충고를 받아들였고 원래 3막이던 것을 2막으로 줄이고 제1막의 아리아도 세 개나 생략했다. 검열도 다시 받았고, 새로 개작한 오페라의 첫 공연은 1806년 3월 29일. 주인공 이름도 "레오노레"로 바꾸었다. "Leonore oder der Triumph der ehelichen Liebe" (레오노레, 부인의 사랑이 거둔 승리)" 이번에는 청중들도 늘어났고, 덕분에 비평가들도 많이 호의적이었다. 물론 서곡도 장엄하게 새로 작곡했는데 현재는 오페라보다 이 서곡이 더 유명해져서 음악회에서 곧잘 연주된다. "레오노레 서곡 제3번, Op.72a" (이 서곡 번호가 제2번이 아닌 제3번이 된 이유는 베토벤 사후에 서곡의 최초 악보가 발견되어, 그것을 "레오노레 서곡 1번(op.138)"이 되고 초연 때 연주된 서곡(op.72)를 "레오노레 서곡 제2번 op.72"라 부르기 때문) 그런데 또 다시 베토벤의 마음이 뒤틀려서 어쩐지 오페라가 맘에 들지도 않고 가수들도 별로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으며 극장이 수입(수수료)을 속인다는 등의 이유를 대면서 5회만에 공연을 중지하고 악보를 회수해 버린다. 이로써 이 오페라는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다가 8년이 지난 1814년 (44세), 케른트너토르 극장의 무대감독이 공짜로 상연할 오페라 한 편을 물색하다가 이미 사장된 베토벤의 오페라를 떠올렸다. (사장된 작품이니 돈도 들지 않을 것이며 또 이젠 베토벤이 유명한 음악가가 되었으니 그의 이름만으로도 청중들이 몰려 올 것이다) 사정을 들은 베토벤은 어쩐 일인지 흔쾌히 동의했고 이번에는 스스로 대폭 수정했다. (오페라 이름도 간단히 "피델리오"로 하기로 동의) 초연일은 1814년 5월 23일. 이번에는 인기 만점이었다. 제1막이 끝나자마자 베토벤은 무대로 나가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오페라의 대폭 개작에 따라 서곡도 다시 쓰게 되는데 초연 날짜까지 서곡을 완성하지 못해서 임시로 "아테네의 폐허"의 서곡으로 대신했고 3일 뒤인 5월 26일 공연에서부터 서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을 "피델리오 서곡, Op.72b"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