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희가극의 원작은, 프랑스 혁명 직전 파리 시민을 자극했던 보마르셰의 희극이며 이미 옛날에 인기몰이를 했던 연극이었다. (그 연극의 뒷부분을 오페라로 만든 작품이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며, 앞부분의 오페라 작품이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이다). 일반 오페라의 주인공은 위대한 인물이지만 희가극에서는 똑똑한 하인이 주인공이다. 그래서 <하녀 마님>의 경우 하녀나 하인이 상전을 곯려먹고 명령하며 그것을 보는 일반 시민은 통쾌함을 느끼고 잠시나마 우월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희가극은 가끔 정부로부터 수난을 겪기도 한다.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주인공 피가로도 뱃심 좋고, 수단 좋고, 말주변 좋은 거리의 이발사이다.

무대는 스페인의 남부 세빌리아의 거리. 유명한 서곡에 이어서 막이 오르면, 먼동이 트려는 이른 새벽, 널찍한 광장이 나타나고 광장 끄트머리에 여주인공 로지나의 집 발코니가 보인다. 젊은 백작 알마비바가 로지나에게 세레나데를 불러주기 위해 악사들을 대동하고 나타난다. 그리고는 로지나의 창을 향해서 사랑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로지나의 후견인인 음흉한 늙은 의사 바르톨로는 자신이 그녀와 결혼할 흑심을 품고 그녀를 집 안에 가두어둔 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따라서 백작의 세레나데는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 버리고 먼 동이 터오기 시작한다. 백작은 악사들에게 돈을 주어 돌려보낸다. 하지만 그 자신은 단념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남는다.

이때 멀리서부터 누군가 콧노래를 부르며 나타나는데 백작은 얼른 몸을 숨기고 살펴본다. 그 사람은 바로 어깨에 기타를 메고 흥겨운 모습, 바로 거리의 이빌사 피가로였다. 피가로는 자화자찬의 노래를 부른다. '이 거리의 만능 일꾼에게 길을 비키시오' (Largo al factotum della citta) 노래 내용은 자신이 이 도시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만인에게 요긴한 만능 선수라는 것이다. 백작과 피가로는 전부터 아는 사이다. 백작은 피가로에게 다가와 자신의 심경을 고백하고 도움을 청한다. "사실은 귀여운 아가씨를 발견하였네. 하잘 것 없는 의사의 딸인데 한번 보고 나선 매혹되어서 고향과 부모를 버리고 이곳에 와서 밤낮으로 저 창문 아래서 왔다갔다 한다네." 피가로는 자신이 바르톨로에게 고용된 상태라면서 백작의 소망을 달성시켜줄 수 있다고 장담한다. "저는 로지나 집안의 안마와 이발사, 약장수, 정원사, 수의사 일까지 도맡아 처리합니다" 그리고 로지나에 대해 알려 준다. "로지나의 부모님은 돌아가셨는데 바르톨로가 후견인임을 자처하고는 로지나와 그녀의 재산을 넘보고 있습니다." 백작의 도움 요청에 피가로는 돈을 요구하고, 백작이 그러겠다고 약속한다.

바르톨로의 집 창문이 열리더니 새벽부터 세레나데를 들은 로지나가 발코니 아래로 살짝 편지를 떨어뜨린다. "세레나데를 들려주어서 감사하며 노래 부르는 주인공이 마음에 들지만 후견인 바로틀로가 까다로워서 마음대로 외출할 수 없으니 바르톨로가 외출했을 때 이름과 신분을 밝혀주세요.." 이어서 바르톨로가 대문을 열고 나와서 집 안으로 큰 소리를 내어 말한다. "빨리 돌아올 테니 문단속 잘 하고! 바질리오가 오면 기다리라고 해라. 결혼식을 빨리 서둘러야지. 그래, 오늘 중에 아예 해치우자." 바르톨로는 바깥에서 문을 잠그고 사라진다. 그는 오늘 로지나와 결혼증서에 서명하려고 한다. 그래서 증인으로 로지나의 음악교사 바질리오를 기다린다. 또 그녀에게 애인이 생기지 않도록 감시하고 있다. 숨어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피가로와 백작은 로지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논의하는데 백작이 피가로가 시키는대로 노래부른다. "내 이름을 알고자 한다면 나의 목소리를 들어주시오. 내 이름은 린도로! 당신을 사랑이라 부르길 갈망하오. 오, 밤이나 낮이나 당신을 생각하며 잠못 이루며 당신 이름을 부른다오. 항상 다정한 그대의 목소리를. 가난하게 살아온 린도로, 당신께 드릴 것은 없지만 돈보다 더한 사랑을 드리지요. 사랑하는 마음이란 진실하고 변치 않으리라. 영원한 사랑의 마음보다 더할 것이 있을까? 밤낮으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러자 안에서 로지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당신을 사랑하는 로지나, 내 마음은 린도..." 그런데 갑자기 로지나의 목소리가 끊긴다. 방에 누군가 찾아온 모양이다. 다급해진 백작은 피가로에게 요청한다. "오늘 안으로 저 집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 그러자 피가로는 손을 내밀며 돈 노래를 부른다. "돈이야말로 내 아이디어를 솟아나게 하는 유일한 에너지.." 백작이 주겠다고 약속하자 피가로가 묘안을 제시한다. "오늘 군대가 도착합니다. 저 집으로 들어가려면 군인으로 변장하세요. 군대 연대장의 숙박허가증만 얻으면 거절할 수 없죠. 기왕이면 술에 취한 척하고 들어가면 크게 의심도 하지 않을 겁니다." 백작은 군대 책임자가 자기 친구라며 좋아하고 두 사람은 각자 기대에 부풀어 헤어진다.

장면이 바뀌어 바로톨로의 방. 로지나가 혼자서 노래 부른다. "방금 들린 그대 음성" 방금 나타났던 린도로를 생각하면서 그리워 하는 노래이다.

로지나가 퇴장하고 바르톨로와 바질리오(음악교사)가 들어온다. 바질리오는 바르톨로의 친구로 성직자이면서도 스캔들 퍼뜨리기 좋아하는 떠벌이다. 바르톨로 : "오늘 중으로 결혼해야 되겠다" 바질리오 : "백작이 로지나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있다" 바르톨로 : "어떻게 해야 하느냐?" 바질리오는 중상모략으로 백작의 험담을 퍼뜨리면 스스로 물러날 것이라면서 '중상'(La Calunnia)을 부른다. "그러면 조용히 들어보세요. 비방이란 산들바람처럼 조용하게, 눈치채지 못하도록 살며시 약삭빠르게 은근히 퍼져나가는 것이지요. 조용, 조용 걸으면서 귓속말로 소근대며 나쁜 소문이 퍼져 가지요. 사람들의 귀를 거쳐 모든 마을사람들이 알게 되고 방정맞은 사람으로 그를 손가락질 하며 멸시하는 눈초리로 의심하게 되지요. 그와 때를 맞추어서 살을 붙여 소문내며 소문은 꼬리를 물고 온 마을로 퍼져가며 불쌍한 그 희생자를 둘러싸고 사람들은 맹렬하게 비난하며 덤비게 될 것이니 아무리 배짱이 좋은 놈이라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고 말겠지요. 우렁찬 대포와 같이 폭탄 소리와도 같이 벼락치고 천둥치듯 천지를 뒤흔들며 마침내는 최후의 선고를 당하게 되지요. 불쌍한 희생자는 호흡을 헐떡이면서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될 것입니다. 불쌍한 희생자는 호흡을 헐떡이면서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됩니다. 제 말대로 하시겠습니까?" 그러나 바르톨로 입장에서는 그 방법은 효과가 더디므로 오늘 중으로 결혼하는 것이 제일이라면서 바질리오를 데리고 나간다.

곧 피가로가 등장하는데 그는 문 밖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다 들었다. 이 때 로지나가 등장하자 피가로가 바르톨로의 음모를 알려준다. 로지나는 "어림없는 소리"라고 잘라 말하고 "당신과 대화하던 그 청년이 누구냐?"고 묻는다. 피가로는 "그 청년은 내 사촌"이라고 둘러댄다. "머리가 영리하고 마음씨가 아주 착해 공부하려고 올라왔는데 돈이 없어 행운을 찾고 있는 중에 사랑에 빠져 큰 상처를 받고 있다" 로지나는 그 청년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가 사랑하는 애인이 멀리 있느냐라고 묻는다. 피가로가 "그 애인이 바로 로지나"라고 알려주자 로지나도 그를 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피가로는 그녀에게 제안한다. "머지않아 린도르가 여기에 오겠지만 그에게 편지를 써 보내면 빨리 올 것입니다." 편지를 쓰느니 못쓰니 하면서 밀고 당기지만 사실 로지나는 조금 전에 이미 편지를 써두었다! 그래서 피가로는 그 편지를 받아서 나간다.

곧 바르톨로가 들어와서 로지나에게 따져 묻고 로지나는 코믹한 거짓말로 둘러댄다. - 피가로와 무슨 얘기를 나누었느냐? → 파리의 유행, 마르첼리나의 병에 관해... - 손에 잉크가 묻은 이유가 뭐냐? → 화상을 입어서..잉크 바르면 낫는다고 해서... - 종이가 7장 있었는데 한 장이 어디로 갔느냐? → 마르첼리나에게 과자를 싸 주었다.. - 왜 펜에 잉크가 묻어 있느냐? → 꽃을 그렸다. 코믹한 문답이 이어지면서, 바르톨로는 거짓말이라고 몰아부친다. 그리고는 방에서 나가면서 문을 잠궈버린다. "하루종일 고생 좀 해봐라..."

백작이 술취한 장교로 변장하여 나타나서 여러 행패를 부리며 바르톨로와 싱갱이를 벌인다. 로지나는 곧 이 장교의 정체를 눈치챘고 서로 은밀히 짧은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백작은 바르톨로에게 숙박 명령서를 내보이며 이 집에서 쉬어야 되겠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바르톨로는 "여기는 군인 숙박 면제를 받았다"며 증명서를 찾아 보여준다. 그러나 백작은 그걸 팽개치면서 소동을 부리기 시작한다. 그 소동 중에서 백작이 슬쩍 로지나에게 편지를 건네고 로지나는 그 편지를 다른 종이(세탁물 목록)로 바뀌치고, 의심을 품은 바로톨로가 편지를 보자고 다그칠 때 세탁물 목록을 보여주며 능청을 떤다. 이렇게 사건이 반전되자 백작은 칼을 빼들고 바르톨로에게 덤벼들고 사람들이 말리면서..소동이 커진다. 나중엔 바질리오, 피가로 뿐만 아니라 바르톨로의 하녀 베르타까지 소동에 말려든다. 거리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이 희극적인 소요(騷擾)가 극에 달했을 때 마침내 노크 소리가 나고 장교와 군인들이 사태를 진압하려고 들이닥친다. 설명을 들은 장교가 백작을 경찰로 데려가겠다고 하자 백작은 명령하듯 군인들을 물러서게 하고는 장교를 옆에 세우고 종이를 보여준다. 백작 신분 증명서인가? 장교는 놀라 군인들에게 물러서라고 명령하고 모두 어안이 벙벙해 서 있다. 놀라 당황하고 있는 세 사람, 로지나, 바르톨로, 하녀 베르타. 그러나 우스워죽겠다는 피가로와 백작, 로지나를 비롯하여 모두들 당혹의 심정을 노래한다. '싸늘하게 굳었네'(Fredda ed immobile) 바르톨로도 석상처럼 굳어 있다가 겨우 "장교님!" 하면서 항의하려 하지만 모두가 "조용히!" 라는 합창으로 윽박지르고 흥분이 극에 달하면서 막을 내린다.

바르톨로의 서재. 가짜 주정뱅이를 생각하며 바르톨로는 혼자 중얼거린다. "아마 알마비바 백작이 로지나를 정탐하려고 보낸 부하일 것이다." 이때 백작이 음악가로 변장하고는 나타나서 "음악교사 바질리오가 병이 났기 때문에 제자인 제가 대신 왔다"고 거짓말을 한다. 바르톨로가 의심스런 마음이 들어서 바질리오에게 병문안을 가야겠다고 나서자 다급해진 백작은 로지나의 편지를 보이고 신용을 얻는다. "아침에 백작과 여관에 함께 있었소. 그래서 이 편지를 쓸쩍 갖고 왔소. 빨리 당신에게 알려 주려고 말이요." 바르톨로가 대책을 묻자, 가짜 음악선생이 대답한다. "아가씨를 만나서 내가 설득하겠소. 백작에게는 다른 애인이 있으며 지금까지 로지나를 속여 왔다고 말이요.." 그러자 바르톨로가 로지나를 데리고 오고 로지나는 린도르임을 곧바로 눈치챈다.

로지나가 레슨을 받는 동안 옆에서 지키고 있는 바르톨로는 어느새 잠이 들었고 연인들은 노래를 통해 거침없이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 "사랑의 참 불길은 그침없이 활활 타오르고 앞길은 막는 폭군을 모두 다 섬멸하네. 사랑만이 이 세상의 영원한 승리로다. 아! 소중하신 린도로. 당신에게 간청하오. (바르톨로가 졸기 시작한다) 아, 린도로, 나의 사랑이여. 눈물과 한숨만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나의 사랑, 이곳에서 나를 구원해 줘요. 애원해요, 나의 사랑. 이곳에서 나를 구해 주세요." "이제는 안심하시오. 나의 사랑, 걱정 마시오. " "무슨 뜻인가요. " "날 믿으시오. 기쁜 날이 곧 올 거요. " "믿고말고요. " "곧 올 거요. " "그리워라, 당신 모습. 즐거워라, 다정한 사랑. 내 마음은 당신의 사랑에 미칠 듯 설레고 있어요. 나의 사랑, 이 곳에서 나를 구해 주세요. 내 마음은 미칠 듯 설레고 있어요. " 잠에서 깨어난 바르톨로는 그들의 관계를 눈치채지 못한 채 자기가 젊은 시절에는 더욱 멋진 사랑 노래를 불렀다며 옆에서 한 곡조 뽑는다.

때마침 피가로가 이발기구를 들고 등장, 바르톨로에게 수염을 깎으라고 재촉한다. 그러나 바르톨로는 거부하고 피가로는 자신의 바쁜 일정을 대며 계속 재촉한다. "내일은 장교들 전체 이발을 해야 하고... 후작 부인에게 황금 가발을 해줘야 하고... 봉베 부인에게는 앞머리를 해줘야 하고.." 둘이서 한참 밀고 당기다가 결국 바르톨로는 열쇠 뭉치를 넘겨 주며 방에 가서 수건을 가져오라고 한다. 피가로는 그 열쇠 뭉치에서 로지나 창문 발코니로 통하는 열쇠를 슬쩍 빼서 감춘다. 바르톨로는 백작에게 피가로를 험담한다. 그러던 중 안에서 와장창!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바르톨로는 "피가로가 사고쳤다"면서 나간다. 이렇게 피가로의 계략 덕분에 백작과 로지나 둘만 남게 되자 두 사람은 다시 사랑의 대화를 주고 받는다. 곧 이어 바르톨로와 피가로가 다시 등장하고, 바르톨로가 불평한다. "다 깨졌어. 그릇, 접시, 컵..." 피가로가 둘러댄다. "방안이 어두워서.. 벽에 머리를 부딪쳐서..." 그리고는 백작과 로지나에게 열쇠를 보여준다. "열쇠 하나를 슬쩍 뽑아냈어요."

피가로가 바르톨로의 머리를 깎던 중 난데없이 음악교사 바질리오가 나타나고 모두들 놀라서 소동이 벌어진다. 질문하려는 바르톨로, 대답하려는 바질리오, 이를 제지하고 데리고 나가려는 피가로 일행, 서로 동문 서답이 오가는 가운데 결국 피가로, 백작, 로지나가 바질리오를 구워삶는다. "병색이 완연하니 당장 침대로 가서 누워야 한다" 바르톨로는 이 유별난 사태에 강한 의혹을 품게 되지만, 백작은 바질리오에게 단단한 암시를 주며 돈 지갑을 슬쩍 건넨다. 얼른 상황을 간파한 바질리오는 돈지갑을 받아쥐고는 수월하게 그곳을 물러난다. 이렇게 하여 또 한바탕의 소동이 지나갔다. 바르톨로는 면도를 시작하고, 연인들은 음악수업을 하는 척하며 오늘 밤 자정에 함께 도망갈 계획을 짠다. 그러던 중 바르톨로가 가까이 온 줄 모르고 백작이 로지나에게 말하고 있다. "당신이 준 편지를 가지고, 이렇게 변장해서 들어 올 수 있었소.." 이 말을 들은 바르톨로가 불같이 화를 내고 다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그러나 바르톨로는 아직도 가짜 음악선생이 누군지 모른다.

장면이 바뀌어 바르톨로의 하녀 베르타 혼자서 자신의 주인을 조롱하는 아리아를 부른다. '노인네가 색시를 원하네' (Il vecchiotto cerca moglie) "한심한 늙은일세. 의심많고 집안에 가두어 두고서 잔소리 뿐 정말 여기선 못 살겠네. 소리치고 울리며 구박만 하니. 참 인색한 늙은이와 이 집안에서는 조용히 살 수가 없네. 이젠 정말 시끄러워 미치겠네. 늙은이들은 마님을, 아가씨는 서방님을 미친 듯이 날뛰면서 짝을 찾으려 하네. 참된 사랑은 모두 미치게 하네. 모든 세상 사람들은 이런 가슴 타는 괴로움을 겪게 되지요. 가난하게 자란 나도 그 병에 걸렸나봐. 젊고 어여쁘던 때에는 애인이 생기지 않고 큰 꿈을 이루지 못한 불쌍한 나의 신세. 참말로 불쌍한 나의 신세."

바르톨로가 로지나에게 말한다. "이 편지를 백작에게 보냈지? 백작이 피가로와 공모해서 너를 농락하려고 한 거야. 모두들 너를 백작에게 넘기려고 ...." 배반당했다고 오해한 로지나는 이렇게 털어놓는다. "사실 오늘밤 그들이 창문으로 들어와 나와 함께 도망가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바르톨로는 경비병을 불러 그들을 도둑으로 몰기로 작정한다. 한편 바르톨로는 바질리오를 불러 가짜 음악선생의 정체를 물어보는데, 바질리오 역시 알 수가 없다. 바르톨로는 사태가 급박함을 깨닫고 바질리오에게 공증인을 불러오라고 이른다. 공증인 앞에서 결혼서약서를 작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바질리오에게 열쇠를 주면서 서둘러 처리하라고 지시한다. 바질리오가 나간 후 잠시 무대가 텅 비게 되는데, 창문에서 자주 번개불이 비치며 천둥 소리가 들려온다. 이 때 오케스트라는 날씨가 험악함을 알리고 시간의 경과를 암시하는 생생한 폭풍의 장면을 연주한다. 그러자 백작과 피가로가 외투에 몸을 감싼 채 도망갈 준비를 하고 들어온다. 피가로는 호롱불을 들고 있다.

어느새 천둥과 번개도 가라앉고 피가로와 백작이 발코니 창문을 열고 넘어 들어온다. 그러나 배신감과 증오에 가득찬 로지나는 서슬이 퍼래져 떨고 있다. 그러나 대화를 통해 사실을 알게 되고 더우기 린도르가 백작임을 알게 되면서 금방 오해를 풀게 되고 예정대로 도망 가려고 한다. 그런데 누가 벌써 발코니 아래의 사다리를 치워버려 셋은 꼼짝없이 발코니에 갇혀있다. (바르톨로가 자신의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 외출하면서 그걸 치워버림) 그때 바질리오와 공증인이 나타난다. (바르톨로와 로지나의 결혼 공증을 위해) 그러나 오히려 백작은 바질리오를 돈으로 매수하고 총으로 위협해서 자신의 결혼 증인으로 세우고는 결혼증서에 로지나와 사인을 마친다.

한참 후, 바르톨로가 경비병들을 데리고 들이닥쳐 백작을 체포하려고 하자 백작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게 되고 바르톨로도 어찌할 수 없이 로지나를 포기한다. 백작은 사랑의 승리를, 로지나는 사랑의 기쁨을, 사병들도 그들을 축복하는 대합창 속에서 막이 내린다.